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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42. [성광진] 공교육의 붕괴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6-09-08
  • 조회수 : 607


확실히 비싼 데는 다르더라니까. 선행학습 금지다 뭐다 하는데, 사실 선행 받으면 확실히 달라요. 초등학교 때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서는 확실히 처진다니까요.”

“00학원은 어때요? 거기가 잘 가르치기로 소문나 있던데.... 00동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다 몰린다는데...”

그런 학원보다 요즘은 과외가 대세래요. 내가 아까 말한 그 선생님은 5명만 받는대요. 이미 정원을 채웠는데 우리 아이를 특별히 집어넣어준다고 해서 감사합니다가 저절로 나오더라니깐요.”

그럼 고등학교 진학하는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요? 가까운 곳에 00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가 평이 너무 나쁘더라. 스카이를 몇 명 못 보냈다는데.... 그래서 조금 멀더라도 00학교를 1지망으로 하려고 하는데... 그 학교가 지역에서 가장 성적이 좋다던데.”

진학 실적이 좋은 학교는 뭔가 달라도 달라요. 그 학교는 특별반 수업을 밤 11시까지 한다잖아요.”

 

교무실에서 교사들이 나누는 이런 대화가 그다지 낯설지 않다. 공교육에 종사하는 교사들도 자식들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원과 과외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입시학원화한 학교를 선망하는 것이다. 학교 교사들마저 이런 대화가 자연스럽다는 것은 공교육이 무언가 지금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공교육이란 학교 교육을 말하며 사교육이란 개인과외나 학원교육과 같은 사적 시장의 교육을 말한다. 많은 이들은 공교육에 실망했다고 말하며 걸핏하면 붕괴되었다고 말한다. 도대체 공교육이 무엇 때문에 붕괴된 것일까?

 

교육부와 통계청에서는 2014년 사교육비 총 규모를 182천억 원이라고 했지만, 지난해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연간 총 사교육비가 32900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올해 예산(3754천억 원)8.8% 수준으로 올해 우리나라 교육예산 551,322억 원의 거의 60% 수준이다.

 

이러한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지출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이며, 가정에서도 여유 있는 삶을 위한 소비가 줄어듦으로써 삶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원인으로 많은 학부모들은 공교육이 부실하여 사교육 시장만 팽창했다고 주장한다. 사교육비가 가계를 짓눌러 현재의 생활을 압박하고 심지어 노후까지 포기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한다.

 

사교육 시장이 그렇게 확장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대학 입시 때문이다. 공교육으로 채우지 못한 수능 점수나 입시 스펙을 위해 학생들은 학원으로, 과외로 돌고 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입시기계가 되어간다.

 

그러나 학교 존립의 근본적인 의의는 무엇일까? 인간을 인간답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데 있고, 고등학교 교육의 근본은 건전하고 바람직한 시민을 양성하는 데 있다. 그 근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공교육이라 믿는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대부분 입시경쟁 앞에서 그런 한가한 소리는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국 공교육의 붕괴는 입시에 종속되어 아이들을 점수의 노예로 만드는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 오로지 점수를 높이기 위해 사교육을 더 높이 떠받드는 현상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학교 교육을 불신하게 된다. 교사들마저 학교 교육을 불신하고 자신들의 자녀들마저 사교육으로 몰아넣는 이 현실 앞에서 붕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따라서 현재의 입시 위주의 줄 세우기를 통해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는 현실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공교육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학서열체제를 혁파하고 대학입학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진보적 교육 세력의 주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러한 움직임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하여 국민적 소통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대학체제를 개혁하여, 대학을 평준화하자는 것이다. 대학 졸업장을 출세를 위한 발판쯤으로 여기는 입시체제를 바꾸어 힉생들이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이 운동이 우리 사회의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17개 시민사회단체가 교육혁명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를 외치며 전국을 행군하고 있으며 지난 2일 대전을 다녀갔다.

 

[성광진의 교육 통(),디트뉴스 201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