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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40. [성광진] 교사들이 “학교 즐겁다” 하지 않는 까닭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6-05-12
  • 조회수 : 517

 

학교 오기가 왜 이렇게 싫을까요?”

나흘간 이어진 연휴 뒤끝 때문일까? 옆자리 교사의 심드렁한 말에 동조하고 싶다. 교실에서는 아이들마저 축 처져 있다. 학업에 지친 고등학생들이라도 나흘이나 쉬었으면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그래서 물었다. “학교 오는 것이 즐거운 사람은?” 서른명 가운데 다섯. 이유를 물어보니, 공부 때문에 오고 싶은 것은 아니고 친구들이 있어 즐겁단다.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지만 교사들이 좋아서 온다는 학생은 없었다.

 

그러면 교사들은 학교 오는 것이 즐거울까? 스승의 날을 맞아 대전교육연구소가 교사의 학교생활 만족도를 조사했다. ‘최근에 교직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499명이 답변했는데 33%165명이 회의를 느끼거나 퇴직을 결심해야 할 정도로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 세 명 중 한 명의 교사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다른 자료를 살펴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13년 교수·학습 국제 조사를 바탕으로 중학교 교사 105천명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20152,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 발표)에 따르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한 교사의 비율은 20.1%로 오이시디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는 회원국 평균 9.5%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36.6%로 회원국 평균인 22.4%를 웃돌았다. 이런 조사에서 드러나듯 교사에게도 학교가 즐거운 곳은 아닌 모양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대전지역 공립중등교사 지원율은 188명 모집에 2093명이 응시해 평균 경쟁률 11.1 1을 기록했다. 국어과목은 25.1 1까지 기록했다.

 

이런 높은 경쟁을 거쳐 들어온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교사가 적지 않다는 것은 학교 운영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는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 중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전의 교사들은 과중한 행정업무1순위로 꼽았다. 이는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 행정 탓에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 등이 뒷전으로 밀리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 또 교원평가, 차등성과급, 학교평가 등 경쟁 위주의 불합리한 평가 제도가 2순위를 차지했는데, 협력보다는 경쟁만 조장하는 각종 제도가 교사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입시 및 경쟁 중심 교육정책도 8개 선택항목 가운데 3순위로 높이 자리했다.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학교, 모두가 성공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먼저 교육주체가 수평적인 관계로 서로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설문 조사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교사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49%로 나타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교권과 상충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려고 교사들이 노력할 때 학생들도 인권을 보다 소중하게 인식하고 교사들에게 가깝게 다가서려고 하지 않을까? 교사나 학생이나 보람과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학교를 바꾸어내기 위해 교육 주체들이 더불어 고민하고 풀어냈으면 한다.

 

한겨레 (울림마당) 201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