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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36. [성광진] 명예퇴직 교사가 정년퇴직 교사보다 많은 이유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6-04-06
  • 조회수 : 1560


교사의 보람은 교단에서 나온다.

 

나이 먹은 교사들이 학교에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 교장과 연배가 엇비슷한 평교사들은 대체로 후배교사들에게 자긍심을 보여줬다. 그들의 경험은 젊은 교사들에게 전수될만한 가치가 있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과 소통의 방법은 물론, 공문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경험을 전수해줬다. 연륜은 어쩔 수 없다고 패기에 넘치는 젊은 교사들도 인정했다.

 

그런데 지금 학교 현장에서 70~80년 세대 교사들은 숙맥이 되고 말았다. 이들은 컴퓨터를 다루기는 하나, 업무를 실행하는 정도의 수준이어서 요즘 젊은 교사들의 미디어를 다루는 능력에 미치지 못한다. 거꾸로 장년의 교사들이 젊은 교사들에게 조언을 받거나 배워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미디어를 잘 다루는 젊은 교사들은 학습 방식도 이에 맞게 변했다. 학생들에게도 백묵이나 들고 침을 튀기며 가르치는 교사들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과거보다 학생들과의 소통이 더욱 어려워졌다. 세대 간 인식의 차이가 더욱 뚜렷해지고 간극의 폭도 더욱 커졌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교육 환경은 변했는데 적응이 어렵다 보니, 이들의 명예퇴직도 많아지고 있다. 올해 3월 대전시교육청 관내 국공립 중등교사의 경우 44명이 명예퇴직을 한 반면, 정년을 다 채워 퇴직하는 교원은 7명에 지나지 않았다. 교장의 경우 정반대이다. 명예퇴직이 2명이고, 정년퇴직은 12명이었다.

 

퇴직한 평교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앞서 말한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어느 때부터 평교사로 늙어 가면 동료들로부터 능력이 부족한 교사로 눈총을 받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정년에 가까운 평교사들이 스스로를 막교사로 비하해 교직을 떠나는 것이 드물지 않게 되었다. 특히 승진을 추구하다 쓴 잔을 마신 교사들일수록 박탈감은 더욱 커 보인다. 승진 가도에서 탈락한 교사들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게 마련이다. 담임직도 피하고 되도록 편리한 것을 추구하다 학교 업무의 짐이 되고 마는 것이다. 워낙 잡무가 많아진 학교 현실에서 나눠맡아야 할 업무를 피하려다 보니 학교에서는 쓸모없는 부품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교사들에게 승진은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그 길을 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선배교사들에게 조언을 받거나, 함께 그룹을 만들어 교육청의 장학사, 장학관과 연결해 인맥을 만들기까지 한다. 요즘엔 임용되자마자 승진 가산점수 챙기기에 들어가는 세태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평교사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은 그것 자체로 훌륭한 일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아이들과 더불어 정년까지 살아가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정작 본인들만 평교사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학교에는 교사-부장교사-수석교사-교감-교장의 직급체계가 만들어지고, 교육청에서는 인턴 장학사, 연구사-장학사, 연구사-장학관, 연구관의 직급체계를 갖고 지시와 감독으로 교육을 통제하고 있다. 한마디로 관료화가 굳어진 모양새다. 학교가 통제에 익숙한 조직이다 보니 무엇보다 지시와 감독을 하는 위치에 서는 것이 더 훌륭해 보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사는 학생을 교단에서 가르치는 것이 본분이며, 교단에 섰을 때가 가장 보람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무너지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이들을 위한 좋은 수업을 해 스스로 만족하기 보다는 수업연구대회 등에서 보여주기 수업을 해 점수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지시와 감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승진하다 보니, 자리에 앉아서 하는 일이 관료적일 수밖에 없다. 학교 관리자들도 교사의 본분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며, 자신들의 임무도 결국 그것을 도와주는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교단에 서는 교사들이 어떠한 처지에 있든 관계없이 보람을 느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의 모든 중심이 교단에 있다는 사실을 교사들이 확고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