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입시경쟁교육이 낳은 왜곡
“좋은 교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쁜 교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봐. 그러다 보면 좋은 교사가 되는 거야.”
새내기 시절 술자리에서 던진 질문에 선배 교사가 심드렁하게 던진 말이다. 이 말이 지금까지 마음속에 꽂혀 있는 것은 무언가 교사로서의 지표가 될 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리라. 교직에 들어서면서 표상이 될 만한 선생님을 되새겨봤지만 서슬 퍼렇다 못해 공포감을 느끼게 하던 얼굴들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유난히 부잣집 아이를 편애하던 교사들, 촌지를 좋아하던 교사들, 자신이 선정한 문제집 안 샀다고 때리던 교사들, 숙제 안 해왔다고 뺨을 마구 올려쳐대던 교사들, 공부 못한다고 미워하던 교사들, 수업 시간만 되면 괜히 공포로 몰아넣었던 교사들이 떠올랐다. 요모조모 과거를 돌이켜봐도 사표가 될 만한 교사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그 중에서도 학교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체벌 교사들은 떠올리기조차 싫다.
6,70년대만 하더라도 도시의 학교는 대부분 학급당 60명이 넘어서는 콩나물 교실이었다. 턱없이 비좁은 교실에서 정숙을 유지시키고 질서를 잡기 위한 체벌이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았고, 교사들은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매일같이 교실 안팎에서 매타작소리가 들리지 않는 때가 없었고, 체벌은 익숙하고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80년대 중반 교직에 들어섰을 때도 체벌은 교육의 중요한 수단처럼 인식하는 수준이었다. 한번은 체벌을 당당하다 못해 정당하게 여기는 교사에게 나쁜 교사라고 비난했더니, 반발하면서 강변한다.
“그래도 체벌하는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거야. 나는 학생들의 잘못을 보면서 그대로 놔두는 것이 싫어. 정말 나쁜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교사야. 체벌하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관심이라도 있다고 봐야 하거든.”
그 교사의 말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무관심한 교사 또한 나쁜 교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정말 나쁜 교사는 학생들을 차별하는 교사이다. 아이들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30년에 가까운 세월 속에서 느꼈다. 80년대 교직에 들어섰을 때는 각종 고사가 끝나면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고 꼴찌가 된 학급 담임교사는 교장실로 불려가곤 했다. 학급의 성적이 낮은 것은 교사의 자질이 부족한 것처럼 취급되었다. 교육청에서까지 일제고사를 치르고 나서 학교별로 성적이 낮은 교과 담당교사들의 학력신장 계획을 써내라고 닦달했다.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사가 끝나면 매타작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아침저녁 자습시간에 학급 담임이 쪽지시험을 치러 체벌로 독려하다보니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매일같이 얻어터지기 일쑤였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급에서는 계급이 형성된다. 공부 잘 하면 모범생이었고, 이 아이들의 웬만한 허물은 묻어주었다. 성적으로 차별을 받게 마련이어서 공부를 못하면 학급 임원도 할 수 없었고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받았다.
‘우리반 평균 성적을 깍아먹는 저 녀석만 없다면 성적이 확 높아질 수 있는데......’
‘공부도 못하는 녀석이 무슨 학급 임원을 하겠다고 나서냔 말이야, 한심하다.’
이렇게 바라보면 아이들도 느끼는 것이 있다. 자신들을 성적순대로 바라본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존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주눅이 들어 학교를 싫어하게 된다.
성적으로 주눅 들지 않아야 학교에서 친구들과 더불어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무한 경쟁의 사회 체제가 학교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교사들도 혹독한 경쟁을 치르면서 교직에 들어서다 보니, 아이들에게 승자가 되는 것을 삶의 목표처럼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이렇다보니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학업 성적이 유일한 가치 기준이 되고 만다. 공부 잘하면 착하고 좋은 아이지만, 못하면 나쁜 아이가 되는 시각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작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되고 성적 하나로 아이들을 차별하는 교사가 되고 만다.
이 시대에 나쁜 교사가 되지 않기 위해 교사들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입시경쟁교육이 낳은 왜곡된 시각을 버리는 일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면 입시경쟁교육을 타파하고, 새로운 교육체제로 개혁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