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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33. [성광진] 초빙 받는 교사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6-02-29
  • 조회수 : 615


 2010년 도입돼 순환 전보 꼬였다.

 

새로운 학기를 앞두고 2월 중반에 교육청에서 발표하는 학교간 전보인사는 공립학교 교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자신의 근무환경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5년마다 근무지를 이동해야 하는데, 근무조건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있어 급지 점수가 높은 학교에서 근무한 교사는 상대적으로 전보에서 유리하다. 반대로 지역적으로 변두리거나 근무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평가되는 학교의 급지 점수는 높아 5년을 근무하고 나면 전보에 유리한 높은 점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보를 순환 전보라고 하는데, 나름대로 교사가 학교를 이동하는 데 있어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학교장의 안정적인 학교경영과 학교의 특색을 반영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다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 도입된 초빙교사제로 인해 순환 전보인사가 꼬이고 말았다.

 

초빙교사제란 학교장이 자신의 학교 운영에 필요한 교사들을 전체 정원의 10%까지 초빙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장점으로 학교장의 자율 경영에 필요한 교사들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예를 들면 학교장이 예체능 교과와 관련해 특별한 방과후학교를 시행하고 싶을 때 자신이 원하는 교사를 데려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상 꼭 필요한 교사를 충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 교사 정원의 10%는 필요 이상으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말이 10%이지 매년 학교간 인사 교류가 정원의 20%를 넘지 않는 현실에서 학교장에게 교사의 전보권을 넘긴 것과 같다. 학교장은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매년 자신과 가까운 교사들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더 머물게 할 수도 있다. 교사들은 전보 점수가 부족하더라도 근무에 유리한 선호학교에 가기 위한 제도로 이용하고 있다.

 

결국 6년째 시행된 이 제도로 말미암아 나타난 현상은 무엇일까? 교사들이 기피하는 외곽지역 학교에는 초빙을 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럼 누가 외곽지역의 학교에 모여들게 되는 것일까? 대체로 초임교사, 경력이 낮은 교사. 나이 들고 인맥이 없는 교사, 입바른 말로 학교경영자와 갈등을 빚는 교사가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인맥이 두텁지 않은 교사들은 전보 점수가 높더라도 초빙교사들의 선점으로 들어찬 자리에 밀려 결국 원하지 않는 학교에 근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 제도는 학교장이 자신에게 맹종하는 교사들을 불러들이는 데 이용되고 있으며, 평교사들에게는 인맥 관리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 제도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학교가 인문계 고등학교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실시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로 학교간 경쟁이 과거보다 치열해지자, 젊고 입시교육에 능숙한 영어, 수학교사 중심으로 초빙이 이루어지고 것이 현실이다. 입시 지도에 능한 교사들을 배치시켜 학력 신장을 꾀하려다 보니 전보인사가 결국 입시경쟁교육을 강화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제도는 학교의 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없애야 할 제도이다. 학교장의 자율경영을 강화한다는 애초의 도입 목적은 실제로는 학교장의 독단 경영을 위한 목적으로 바뀌었다. 승진 욕구를 가진 교사들을 초빙해 주요 보직을 주고 자신의 입맛대로 학교를 운영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장이 승진 점수를 미끼로 초빙한 교사를 노비처럼 부리며 학교내 친위대를 만들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행할 때도 교사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시작되었고 6년이 지났지만, 이 제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역효과로 인해 후진적 학교를 만드는 구실을 하고 있다면 이 제도는 빨리 폐지하는 것이 옳다.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6-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