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법외노조 됐지만 더욱 비상하자.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었다. 지난 1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전교조의 요청을 매몰차게 외면하고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해고 교원과 같이 ‘근로자 아닌 자’가 단 한 명이라도 가입하고 있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전교조는 조합원의 자격은 해당 노동조합이 정해야 하며, 이들의 가입으로 자주적 단결권이 훼손되지 않은 이상 ‘노동조합’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는 것이 헌법상의 취지에 맞는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5만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아홉 명의 해고 교원이 있다고 노동조합의 법적인 자격을 잃었다.
왜 박근혜 정부에 와서 전교조를 법외로 밀어내었을까? 이전에도 시정 요구는 해왔지만 법외노조 처분까지는 가지 않았던 데 비해 이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핍박에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토론에서도 전교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대통령이다. 그 이전인 2005년 12월에는 한나라당 대표로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직접 시위와 집회에 나섰다. 그때 사립학교법 개정이 반미, 친북이념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는 것이라며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고,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전교조는 사학을 하나씩 접수할 것이다”라며 전교조를 해충에 비유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그토록 혐오감을 드러냈던 이유는 그녀가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사학법인의 이사장이 되었던 전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의 수많은 사립학교 비리 척결 투쟁들의 대부분은 전교조가 이끌었다. 지난 해 내내 대전지역 최대 이슈였던 대성학원 교사채용비리 척결도 전교조대전지부의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학의 거칠 것 없던 비리가 전교조로 인해 견제가 되고 있다. 학교를 자신들의 왕국처럼 다스리고 싶은 경영자들에게 전교조는 눈엣가시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국사교과서 국정화가 단초가 아닐까 한다. 영속적인 집권을 꾀하는 수구 보수세력은 이승만을 건국의 국부로, 박정희를 산업화의 국부로 추앙하며 독재를 미화하여 국민을 호도하고자 한다. 이러한 의도가 드러난 교학사판 역사교과서를 만들었으나, 학교현장에서 0% 채택의 수모를 맛보았다. 그들에게 전교조는 자신들만의 나라를 추구하는 데 걸림돌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현대사의 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갖도록 하기 때문이다. 민족을 배반한 친일파들과 재벌공화국을 만든 권력자들과 그 공화국을 위해 헌법과 권력을 사유화했던 시대에 대해서 말하는 교사들이 싫었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전교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중요한 것은 전교조가 이 나라의 교육 현실 속에서는 반드시 살아남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아직도 이 나라의 교육은 입시지옥 속에서 국민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으며, 학교는 민주주의가 가장 절실한 곳이며, 아이들이 배워야 할 교육과정은 아직도 진실에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 왜곡과 같은 사태에 직면했을 때 학교 현장에서 저항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전교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분간 법외노조로서 겪는 어려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판결과 동시에 전임자 복귀, 단체협약 해지, 사무실 반환, 각종위원회 참여 배제 등의 후속조치 공문을 시·도교육감에게 발송하였다. 그러나 법외노조의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주체성, 목적성, 자주성, 단체성을 가지고 있는 한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된다는 것이 학계,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부의 후속조치는 헌법상 노동조합의 기본 권리를 부정하는 부당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교육감의 기본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1989년 결성과 관련해 1,500여 교사가 해고되는 엄혹한 탄압과 비합법적 상황에서 무려 10년을 버티며 합법화가 되고, 다시 16년 만에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여러 정권을 거쳐 왔지만 온갖 탄압과 회유 속에서도 민족, 민주, 인간화를 위한 투쟁의 한 길을 걸어왔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적이 없다. 이러한 전통으로 볼 때 지금 이 시기의 고난은 한 단계 성숙한 전교조로 거듭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교육개혁을 위해서 전교조는 더욱 비상해야 한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