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무뎌진 교사의 책무는 기우였으면
교원의 질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말에 고개를 내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수한 교사를 선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임용권자인 시·도교육감 주관 하에 공개경쟁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현재의 교원임용고사는 1991년부터 실시되었으며, 이전에는 공립학교의 교원 임용은 국공립 사범대학이나 교대 졸업자를 무시험으로 임용하고 모자라는 인원은 사립 사범대학 졸업자와 일반대학 교직과목 이수자를 순위고사를 통해 임용했다.
교사임용시험의 경우 일반 공무원 시험과는 달리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은 중등임용시험의 경우 바늘구멍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고 초등의 경우에도 교대 입학부터 만만치 않아 최우수 성적권의 고등학생들이라야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면 상당히 수준 높은 학력을 소지한 훌륭한 인재가 학교를 끊임없이 채우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2015년 대전지역 공립중등교사 지원율은 188명 모집에 2,093명이 응시해 평균경쟁률 11.1대 1을 기록했다. 국어과목의 경우에는 25.1대 1까지 기록했으며, 영어가 21.2대 1로 그 뒤를 따랐다. 유치원 교사는 7.6대 1, 특수학교 교사도 9.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초등학교 교사는 2,3대 1로 비교적 경쟁률이 낮았다. 전국적으로는 4,913명 선발 예정에 5만4명이 응시해 평균 1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매년 경쟁률은 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지독한 경쟁률은 1998년의 IMF 사태를 거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다른 직종에 비해 안정성이 두드러질 뿐 아니라, 출산과 육아에 유리하고 거기에다 연금으로 노후가 보장된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다르게 보면 우리 사회의 고용 불안정이 깊어진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엄청난 경쟁을 뚫고 교직에 들어선 교사들에게서는 이전의 선배교사들과 다른 무엇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대학 4년 동안 이 임용시험 하나를 위해 스터디그룹을 하고 방학 때는 서울의 노량진 학원까지 올라가서 특강을 들어야 했다. 수능을 치르는 고등학생처럼 대학에 다니는 내내 긴장한 수험생으로 보냈다. 그랬음에도 첫 시험에서 합격한 사례는 많지 않고, 대부분 두세 번 아니면 대여섯 번까지 도전한 경력을 갖고 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대체로 중산층 출신이란 점이다. 임용시험은 1차는 교육학과 전공을 필기시험으로 치르고, 2차는 교직적성 심층면접, 교수·학습 지도안 작성, 수업능력 평가(수업실연, 실기·실험) 등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을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나 여러 번 실패한 경우, 생활비를 벌기 위해 기간제 또는 시간제 교사를 하다보면 시험 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 되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과거 7,80년대만 하더라도 사대나 교대는 수업료 부담을 덜 수 있어서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던 데 비해 달라진 점이다.
이들 임용시험 세대는 현재의 교육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빠르고 어디에도 속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진보적이고 혁신을 꾀하는 전교조에도 가입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가 하면 보수적 교원단체인 교총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또 타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이 교직을 선택한 주요한 동기인 것도 과거와는 다르다.
현재 교단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들 세대들은 극심한 경쟁률을 거쳐야했던 경험 때문일까, 입시경쟁체제에 대해서도 그다지 거부감이 엿보이지 않는다. 입시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식보다는 경쟁체제 속에서 어떻게 앞서야할지를 알려주거나 가르치는 것이 교사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 보인다. 학벌 타파와 입시 개혁에 대한 교사들의 공감대가 컸던 8, 90년대와는 뚜렷하게 달라진 분위기 때문에 입시경쟁교육에 대한 개혁적 운동도 어려워졌다고 느껴진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언론에 보도된 과학전문 사이트 사이언스데일리닷컴에 실린 이스라엘의 일라나 리토브 교수와 아모스 슈르 박사 팀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행동 실험을 한 결과는 되새겨볼 만하다.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성적이 좋아야 승리하는, 일종의 사회적 비교로 평가하는 방식에서 승리자가 부정직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상대편을 누른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그럴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여기는 이른바 ‘특권의식’(sense of entitlement)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것만으로 교사의 임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아이들을 올바로 가르치는 것을 가로막는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추구하도록 아이들을 격려해야 한다. 교사는 학교를 통해 학생들이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학교를 민주화하고, 비리에 떨쳐 일어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해야 하는 책무가 교사들에게 주어져 있다. 그러한 책무에 대한 의식이 지독한 임용 경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비틀어지고 무디어진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하는 것은 필자의 기우였으면 한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