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학교 민주화
왜 정치권이 시끄러운지 모르겠다거나 국회는 맨날 싸우기만 하냐는 등의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러나 정치가 조용하고 국회가 일사분란하게 하나로 움직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해보라. 독재국가일수록 정치는 조용하고 이해가 다른 집단이라도 다투지 않는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국민들을 대변하는 여러 계층의 대표들이 모여 자신들을 뽑아준 사람들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곳이다. 다수에 의해 자신들의 의사가 대변되지 못하면 물리력으로 의장석을 점거하기도 하고, 의사봉을 빼앗기도 한다. 소수가 다수에 저항하는 방식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러한 방식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시위와 집회도 민주국가라면 당연한 국민의 권리로 인정받아야 한다. 왜냐면 국민들이 투표 이외에 의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시끄럽다. 시끄럽지 않으면 위험하다. 그런데 학교는 조용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까? 현재로는 학생회가 있지만 고등학교마저 있으나마나한 기관이 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학교는 민주주의의 훈련을 한다는 명분으로 학생회장의 직선제를 실행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까지도 학생들의 직접 비밀투표에 의해 선출하지만, 선출되고는 끝이다. 즉 학생회장의 역할은 그저 학생들의 대표일 뿐이고 그 이상의 역할은 주어지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학생회가 소집되지만 안건은 학생부에서 제시된 것 이외에는 다루어지지도 않고 학생회가 주관하여 어떤 의사를 학생들에게 묻는 절차도 없다. 한마디로 학생회는 존재하지만 아무 역할도 없는 유령기관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교사들은 어떠한가? 교직원회의가 있어서 학교마다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열린다. 교사와 행정실 직원들 모두가 모여서 회의를 한다. 그런데 말만 회의이지 대부분 지시와 전달의 내용으로 채워지고는 끝이다. 토론에 붙여야할 사안마저 일방적으로 시행을 통보하거나 아니면 그저 찬반만 묻는 것으로 끝낸다.
교육현장에서 매우 흔한 비민주적 사례로 꼽는 것이 연구시범학교 참여 관련 사안이다. 연구시범학교에 참여하자면서 어떤 내용의 연구이며 교사들은 어떤 역할을 맡게 되며, 시행과정은 어떻게 되는지를 따져보는 과정이 없다. 대부분 토론 없이 취지만 듣고, 학교 경영자가 추진하자고 하면 그대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찬반투표를 한다.
찬반투표의 찬성률을 선정의 주요 요건으로 삼아 교육청에서 시범학교를 선정하기 때문에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되도록 찬성률이 높기를 원한다. 찬성률을 높이기 위해 반대하면 학교 발전에 저해하는 것으로 교사를 윽박지르며 추진한다. 심지어 교감이나 부장교사가 투표용지를 갖고 다니며 바로 앞에서 투표를 하도록 하니, 학교의 민주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교사들 사회가 이러할진대, 학생들은 더 말해 무엇 하랴. 학급회의 조차 제대로 열리는 학교를 찾기가 어렵다. 민주주의 훈련이 되지 않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배우기는 했으나 익히지 않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행될 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토론과 토의마저도 시끄럽고 비효율적이라고 매도한다. 민주주의는 교과서에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민주주의의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 학생이나 교사가 학교의 주인이 되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로 뽑힌 학생회장이 학생회의 의장으로 회의를 자주적으로 주재하고 그 결과를 갖고 학교와 협의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의 주요 보직자들과 학생회장단이 협의한 결과를 교직원회의에서 공개하고 이를 학교의 시책에 반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집단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교사들도 자신들의 정당한 다수 의견이 학교 경영자에 의해 묵살되면 이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두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학교가 시끄러울 수 있다. 그러나 시끄러울 수 있어야 올바른 민주주의이다. 학생회와 교직원회의가 법적인 지위를 갖고 학교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으로부터 학교의 민주화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