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교육이 현재의 대안이라면 이러면 안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교육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갈등만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다. ‘경쟁과 자율’을 내세운 지난 이명박 정부 5년의 교육은 한마디로 ‘쓸 데 없이 걱정만 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기초학력미달학생을 돕겠다며 도입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성적 경쟁을 부추겨 입시교육으로부터 거리가 있던 초등학교마저 문제풀이 수업으로 몰아넣었다. 고교의 다양화라며 추진한 자사고와 자율고 정책도 학교서열화를 더욱 부추겼을 뿐이다. 결국 경쟁교육이 강화됨으로써 인간다운 인간을 양성해야 하는 학교에서 학생 간 폭력이 일상화되어 사회 문제로 비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의 핵심 기치는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이다. 과도한 입시 경쟁 교육에서, 학생의 소질과 끼를 일깨우는 행복교육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국민행복 10대 공약’의 둘째 항목은 ‘확실한 국가책임보육’이었고, 셋째 항목은 ‘교육비 걱정 덜기’로 교육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교육 공약의 주요 정책에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초등 일제고사 폐지, 선행학습 규제, 고교 무상교육, 교원 행정업무 경감, 대입제도 간소화, 통합 교원평가제 등이 있었다.
집권 3년을 맞이한 지금, 그러한 공약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자유학기제 말고는 없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의 한 학기 필기시험을 없애는 대신 체험활동 중심 교육을 하는 제도로 2016년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한다. 하지만 다양한 체험을 위한 인프라 부족과 지역별 격차에 대한 우려가 많다. 더욱이 입시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한 학기동안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학업 부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줄어든 교과 수업을 메우려 학생들이 사설학원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 사교육비도 줄이자는 취지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2014년 3월 제정․시행되었다. 그러나 경쟁 위주의 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선행 학습을 규제하기보다 과도한 학습 부담의 원인이 되는 OECD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어려운 학습 내용을 포함한 교육과정에 대한 개편이 없이는 한계가 있다. 이 제도는 시행이 1년이 지났지만 효과가 조금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교원능력개발평가, 근무성적평가, 성과급 평가 등 세 개의 교원에 대한 평가가 중복 실시되어 행정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평가 일원화(통합 교원평가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는 ‘평가관리위원회’에 학교장이 추천하는 위원을 50% 이상 포함하도록 해 교원 통제력을 더욱 확대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실시된 교원평가가 아무런 실효성은 없이, 교사들이 자존심만 덧내는 제도인데다 교원 통제만 강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교사들의 부정적 인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확실한 국가책임보육’으로 약속했던 ‘국민 행복’은 또 어떤가? “만5세까지 국가 무상 보육 및 교육”은 이전 정부로부터 이어져 온 사업으로 2012년 초부터 만 5세를 기점으로 누리과정이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단 한 푼도 반영하지 않고 시·도교육청이 알아서 편성하라고 한다. 2015년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조1천억 원 중 정부의 우회 지원액 5천64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조6천억 원을 시·도교육청이 떠안았다. 그 중 1조2천억 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겨우 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우회 지원하는 돈도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소요예산의 14.3%인 3천억 원에 불과하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지방채 잔액은 지난 2011년 2조1천억 원에서 2015년 10조8천억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부담해야 할 지방채 이자만 2016년에는 3천8백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결국 전국의 시·도교육청은 빚에 짓눌려 기존의 무상급식과 같은 교육복지와 교육환경개선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 정부는 현재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정화 강행 의지를 천명하고, 국무총리는 “편향된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학생들이 확실한 정체성과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면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정부와 수구세력은 금성출판사 발행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향해 좌편향 시비를 걸었다가 여의치 않자 직접 교과서 편찬에 나서 ‘교학사 교과서’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교과서는 많은 오류와 ‘친일미화 독재찬양’ 등 역사왜곡으로 점철돼 ‘채택률 0%’의 수모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 내에서 국정화 주장이 나온 것으로 보아 국정교과서가 ‘친일미화 독재찬양’의 역사왜곡으로 나아갈 것은 명백해 보인다.
유신 독재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모자라 45년 전 폐기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정책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에 자사고, 외고, 국제중·고와 같이 ‘입시명문교’로 변질된 특권층을 위한 학교를 보호하는 데는 팔을 걷어붙였다. 교육감들의 자사고 축소나 폐지 의지를 교육부가 가로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교육복지’적 성격을 띤 영유아에 대한 누리과정과 대학생의 반값 등록금 등을 국민에게 약속해 당선되었다. 그러나 획기적인 교육 재정투자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약속을 해 놓고 이제는 나 몰라라 식으로 돌아서 버렸다.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을 내세우며 과도한 경쟁 교육에서, 학생의 개성과 소질을 일깨우는 교육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내놓은 정책들은 방향을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결국 이전 정부보다 나아진 것은 없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나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등으로 새로운 갈등만을 부추긴 것이 지난 3년의 성과다. 이렇게 가면 우리 교육이 직면한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모순만 심화시키고 말 것이다.
교육은 현재의 대안으로 우리의 미래이다. 근본을 변화하지 않고 근시안적으로 교육정책만 그리면 결국 우리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근본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를 확실하게 진단해야 한다. 지금의 교육에 대한 진단은 2014년 6.4지방선거가 말해주고 있다. 국민들은 17개 선거구 가운데 13개 지역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감을 선택함으로서 교육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