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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27. [성광진] 교과서 국정화가 먹고 사는 것과 무슨 관계냐고요?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5-11-26
  • 조회수 : 423

 

쓰디쓴 경험

 

날씨가 점점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추위와 함께 마음도 움츠러드는 시절입니다. 사람들마다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갖지 못해 좌절하고, 자영업자들은 해마다 더 어렵다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일자리에서 물러난 중년들은 가족 부양에 허덕이며 질 낮은 일자리를 찾아 헤맵니다. 자식 뒷바라지에 가난해진 늙는 게 서러운 노인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서러운 삶을 살아가는 시민 가운데 어떤 분이 묻습니다. “도대체 교과서 국정화가 무엇이기에 정부를 못 믿고 아우성이냐, 국정화가 먹고 사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70년대에는 국정교과서로 배웠습니다. 학생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독재를 위대한 통치, 군부 쿠데타를 나라를 구한 혁명으로 알았습니다. 한쪽 편으로 치우친 역사를 배웠고, 반쪽짜리 교육이었습니다. 그 시절 교과서는 국민의 권리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때 산업 역군이라 불리던 공돌이들은 저임금과 산업재해 속에서 벌집에서 고통스런 삶을 살면서도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같은 시대에 살면서도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몸을 불사른 것도 몰랐습니다. 뼈 빠지게 일했지만 그들은 가난의 짐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노후를 걱정하는 중년이 되어 차가운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장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수십 개의 회사로 커져 재벌이 되어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고 있습니다. 그들 1%가 나라 전체 자산의 26%를 소유하고 있답니다. 물론 전반적인 생활수준은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노동자 농민들이 피와 땀을 흘린 만큼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합니까? 지금 소득 하위 50%가 전체 국민 자산의 2%밖에 소유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들 50%의 흙수저가 바로 노동자, 농민입니다.

 

왜 그럴까요? 노동자가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기 때문이고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과연 이렇게 부의 쏠림이 나타날 수 있겠습니까?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교과서로 배웠더라면 더 나은 조건으로 임금을 받았을 것이고 부의 쏠림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입니다.

 

당시 자본과 권력은 노동자들에게 노동 인권을 가르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태일 열사 이야기가 역사교과서에 실린 정도가 고작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지금의 교과서를 종북이라며 국정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와 교과서를 통해 자신의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떠한 사회이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현재의 역사 교과서는 과거보다 역사 앞에서 솔직한 내용을 조금쯤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조금 열린 공간마저 다시 닫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누구입니까? 자본과 권력입니다. 1%에 불과한 그들은 국정화를 통해 자신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난 70년대와 같이 주면 주는 대로 받고, 나가라면 나갔던 착한(?) 노동자들을 바랄 것입니다. 그래서 전태일 열사도 빼고 민주노동의 역사도 뺄 것입니다.

 

정지용이라는 시인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3, 40년대 순수서정시의 대가였던 그는 전쟁 중에 행방불명되었습니다. 북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아마도 혹심했던 폭격 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국민의 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모든 시가 1989년까지는 전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월북시인이라고 낙인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그는 교과서에서 부활하였습니다. 그는 오늘날 온 국민이 사랑하고 고향 옥천군민들의 자랑으로 매년 지용제라는 축제 속에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북 타령하는 국정화 세력들이 보자면 정지용도 회색인으로 교과서 속에서 추방 대상일지도 모릅니다.

 

교과서는 우리의 과거와 현실을 올바르고 정확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산내 골령골에는 눈을 감지 못한 수천의 원혼이 있습니다. 전쟁 중 대전교도소에 있던 수감자들을 몰아다가 재판도 없이 대거 처형했던 것입니다. 이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에게 끌려가 산내의 골짜기에서 몰살을 당해야 했습니다. 이 원통한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 교과서에 실어 우리의 아이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삼아야 합니다.

 

잘못된 현실을 고쳐 나가는 것은 과거를 정확하게 알 때 가능합니다. 교과서는 그런 지식을 제공하는 길잡이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교과서는 시험을 보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자본과 권력은 참으로 편협해서 자신들의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일방적 시각을 주입하려는 국정화 교과서를 거부해야 합니다. 70년대에 국정화 교과서를 통해 쓰디쓴 경험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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