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반복되는 선동으로 국민 무시
이 나라의 가장 커다란 권력은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이다. 이들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항상 공정하고 공평하게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그들이 던진 발언은 평범한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현행 한국사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의 역사학자 90%가 좌파다”, “집필자의 80%가 좌파다”, “적화통일을 위한 준비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라는 등의 말을 서슴지 않았다. 종북과 좌파라는 선동적 언어로 교사들과 역사학자들을 매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들의 발언대로 국사 교과서가 정말 주체사상을 가르치거나 역사학자들이 대부분 좌파라서 적화통일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 그대로 놔두어야할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쳐 적화통일의 미래전사를 만들려고 한다면 추상같이 국가보안법이 적용될 사안이지만 그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국정화를 반대하는 국민에게 겁을 주려는 의지만 읽힌다. 국정화를 반대하면 주체사상을 주장하는 것이고 좌파이며, 적화통일을 바라는 국민이며, 혼이 비정상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으로 읽히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집권 여당의 강연에서는 한 보수논객이 중등학교 교과서들이 학생들에게 “불평과 남 탓, 패배감을 심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부정세력은 자신들의 미래 전사를 길러내기 위해 교육과 교과서를 틀어쥐고 있고, 그 결과로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헬조선, 희망이 없는 나라, 특권층만 잘사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여당 대표는 그 논객에게 감명해 ‘우리 시대 영웅’이라 칭하며 “밤잠도 자지 말고 전국을 돌며 국민들에게 강연하라”고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그 보수 논객이 소속한 자유경제원은 소개말에서 “자유주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라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교과서가 자신들의 시각과 다르다 해 교사들과 역사학자들을 국가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몰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그들을 추종하는 미래 전사라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사상이 부끄럽다.
또, 그는 국어 교과서를 언급하며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나 신경림의 ‘농무’까지 색깔을 입혔다고 한다. 색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들 말대로 자유로운 관점이니 시비를 걸고 싶지 않다. 문제는 대통령과 총리와 여당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사람들을 나팔수로 앞세우고 교과서를 바꾸자고 하는 데 있다.
그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내뱉는 언어에 의해 국민들은 위축되고 소심해질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색깔 입히기에 수많은 국민들이 데인 탓이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혹시라도 내가 이런 내용을 학생들에게 말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문득 1989년의 상황에 떠오르게 된다. 그 해 어느 날 갑자기 북침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사들이 나타났다며 몇 명의 교사들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기소되었다. 훗날 사법당국에 의한 조작으로 판명 난 사건이지만, 교육현장이 용공교사들에 의해 학생들이 붉게 물들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전교조의 결성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문제는 이런 사태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북한과 통일에 대한 담론이 상당히 후퇴했다는 점이다. 당시 아이들과의 대화는 물론 교사들의 모임에서도 통일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교조에서도 통일 교육에 대한 전망을 여는 시도가 힘을 잃었다. 그런데 전교조가 앞장섰던 통일교육을 지금은 교육부도 하고 있다. 내용도 그다지 차이가 없다.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통일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색깔 입히기가 앞장서고, 이어진 탄압 앞에서 전교조에 가입하거나 동조했던 수많은 교사들은 상당히 움츠려들었다. 그러나 전교조의 합법화 대세는 막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집권 보수 세력의 끊임없는 색깔 입히기는 전교조의 이미지에 상당한 생채기를 남겼지만, 국민들은 생각보다 현명하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전교조 출신의 교육감 후보들이 예상을 뒤집고 대부분 당선됐던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보수신문은 6.4지방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전교조’라며 경계했다.
역사적으로 늘 반복되는 이런 식의 선동은 잠시는 통할지 모르지만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가 결국 자신들에게 독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집권 권력자들이 앞장선 선동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은 더욱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색깔 입히기’ 병이 참으로 한심하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