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연구 소식

24. [성광진] 전교조는 수구세력에게 왜 악인가?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5-10-25
  • 조회수 : 435


혐오스러운 속임수

 

역사 교과서를 정부에서 직접 만들겠단다. 대통령이 나서서 말하기를, 국민이 갈라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만들어야 된단다. 현재 사용하는 국사 교과서가 좌편향으로 친북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니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한 국사 교과서 8종 대부분은 전교조가 영향력을 발휘해 나쁜 내용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전교조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친북세력으로 규정한다. 특히 좌편향 역사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편향된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선동 매체로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 교과서도 전교조 수중에 있고 학생들도 그들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 시대 전교조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좌편향의 교육으로 학생들을 오염시키는 참 나쁜 조직이다.

 

그래서 이 나쁜 조합원들의 명단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여당 국회의원 10여 명은 법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했다가 법원에서 10억 원이 넘는 배상 판결까지 받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방송 토론에까지 나와 전교조를 혐오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더니 결국 법외노조로 내몰고 말았다.

 

전교조는 학교에서 그런 엄청난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을까? 전교조 전체 조합원 숫자는 공식적으로 5만 명 정도이다. 전체 교사 489천여 명에 비교해 볼 때 10% 정도에 불과하다. 어떤 학교에 50명의 교사가 근무한다면 겨우 5명 정도가 전교조에 가입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사실 교사들에게는 교육청의 행정력과 학교장의 지도감독권을 위협할 아무런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 게다가 소수에 불과한 전교조 교사들은 학교 내 다수의 교사들이 동의하고 함께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어떠한 것도 관철해내기 어렵다.

 

국공립학교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있다면 교사들의 승진 욕구이다. 모든 교육행정의 동력은 바로 승진 점수이고 학교장의 학교 장악도 결국 승진을 바라는 교사들에게 의지하고 있다. 학교 폭력 예방도 승진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교사들의 동인을 이끌어내고 있다. 수업연구나 연구학교를 비롯한 자발적 동의가 쉽지 않은 사안은 대부분 승진 가산점이란 미끼를 이용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순수성이 사라지고 점수만 남게 되는 비교육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은 이 승진 과정에서 비껴선 사람들이다. 점수만 얻으면 누구나 가능성이 있는 승진 경쟁에서 전교조 교사들은 미끼를 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교조의 순수성을 대변하는지는 모르지만, 학교현장을 장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학교 현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학교장이 되어야 하는데, 지각 있는 전교조 교사라면 그 점수 경쟁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조합원 승진은커녕 징계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가입률도 국공립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사립학교가 태반이다 보니 교내 각종 비리를 견제할 힘이 없다.

 

반면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수구 보수 언론들은 또 다른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갖는 영향력은 의도적으로 과소평가하고 있다. 학교장 대부분을 비롯해 교육관료들은 이 단체의 회원이다. 전교조보다 3배 이상 회원도 많다. 지난 3월 한국교총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의 국회통과에 반대하면서 회원이 무려 18만 명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고 나섰다. 이들이 학교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전교조보다 정치적인 사안에 민감하다. 그런데 매번 이 거대한 세력인 한국교총을 무시하는 것을 무엇 때문일까?

 

전교조의 영향력을 과대 포장하는 것은 수구세력들의 혐오스런 속임수이다. 자신들이 구축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거대한 허구의 적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수구세력의 잔꾀가 전교조를 과대 포장하고 있다. 그 잔꾀에 국민이 농락당하고 있다. 그리고 고맙게도 전교조는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로 등극했다.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5-10-25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5 정책연구 설동호, 대전교육감 1년을 평가한다 운영자 2015-12-22 1,160
34 칼럼 및 기고 28. [성광진]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운영자 2015-12-21 449
33 칼럼 및 기고 27. [성광진] 교과서 국정화가 먹고 사는… 운영자 2015-11-26 422
32 칼럼 및 기고 26. [성광진] ‘색깔 입히기’ 병 참으로… 운영자 2015-11-13 488
31 칼럼 및 기고 25. [성광진] 존립 목적을 잃어버린 외국어고 운영자 2015-11-03 502
30 칼럼 및 기고 24. [성광진] 전교조는 수구세력에게 왜… 운영자 2015-10-25 435
29 칼럼 및 기고 23. [성광진] 유신시대 역사교과서에서… 운영자 2015-10-19 440
28 칼럼 및 기고 22. [성광진] 보여주기 정책 이제 그만 운영자 2015-10-12 486
27 칼럼 및 기고 21. [성광진] 파탄으로 가는 교육재정 자사고… 운영자 2015-10-05 478
26 칼럼 및 기고 20. [성광진]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다? 운영자 2015-09-21 535
25 칼럼 및 기고 19. [성광진] 공부가 싫어서 학교를 떠난다고? 운영자 2015-09-11 532
24 칼럼 및 기고 18. [성광진] 대성학원 비리 적나라하게… 운영자 2015-08-28 494
23 칼럼 및 기고 17. [성광진] 소수 집중 ‘엘리트 체육’… 운영자 2015-07-24 844
22 칼럼 및 기고 16. [성광진] 백 년 전통 버리고 왜 국제고… 운영자 2015-07-13 564
21 칼럼 및 기고 15. [성광진] 아이들의 머리에 자유를 허락하자 운영자 2015-06-30 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