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교육관료 위한 전시행정 돌아봐야
왜 새로운 교육정책들은 교육에 제대로 이바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의 교육 정책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행정과 장학 관련 관료들이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 시행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들이 말한 대로 온갖 좋다는 정책들이 시행되었건만 ‘공교육은 붕괴되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교육은 망가지고 말았다. 70년대에는 장학사가 다녀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교 구성원들이 온통 야단법석을 떨었다. 방문 전날부터 교장을 위시한 모든 교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학교의 청소와 교실 뒷벽의 환경 정리였다. 당시 많은 아이들은 장학사들의 주요 임무가 청소 검사하러 다니는 것으로 알았다.
장학사들은 자신이 하달한 지시를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검사했고,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고서는 시시콜콜 따지기 좋아했다. 교직 경험 30년이 지나도록 그들이 장학(獎學)이란 명칭 그대로 배움을 권면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무엇을 도와줄 지 묻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관료화는 결국 보여주기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흔히 이것을 전시성 행정이라고 한다.
관료들은 교사들과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직책이 준 업무 성과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유는 오로지 더 나은 자리로 이동하거나 높은 자리를 탐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의견에 억울해하겠지만 평교사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느끼고 있다. 왜냐면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이들보다 점수에 매몰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지금 ‘교과교실’을 운영하는 학교가 꽤 많다. 교육부가 2009년 5월 기본계획을 세우고 그동안 연구학교와 시범학교를 대규모 지정하고 확대 실시하다가 2015년인 올해에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중·고교에서 교과마다 특성화된 전용교실을 갖추고 학생이 수업시간마다 교과교실로 이동해 수업받는 운영방식이다. 국어는 국어교실, 수학은 수학교실, 영어는 영어교실에서 수업 받는 이 제도는 고정된 학급 시간표에 따라 교과별 교사가 수업을 들어오는 교육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가 현재의 담임제도와 상충된다는 점이다. 담임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교과교실과 학급교실이 겹칠 수밖에 없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예를 들어 나의 교과교실은 2학년 4반 학급 교실이지만 동시에 1학년 학생들의 국어전용교실이다. 따라서 2학년 4반 학생들의 학급생활이 이루어지는 교실을 교과교실로 만들었지만 이것이 어떤 점에서 효율적인지 교사도 학생도 의문이다. 아이들만 교실을 이동하느라 쉬는 시간 10분을 허비할 뿐이다.
학생에 대한 각종 지시와 통제가 일상화된 학교의 현실에서 담임제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담임제도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지시와 통제를 자치와 자율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근본은 외면하고 미국이나 유럽의 외형만 모방한 이런 제도를 받아들이기 위해 엄청난 예산과 공력을 낭비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연구학교와 시범학교를 지정해 이들 학교의 사전 시행이 성공적이라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해방 이후 수십 년간 교육부와 교육청이 지정하여 진행해온 연구와 시범학교의 시책과 정책들 가운데 단 하나도 실패한 것이 없다. 왜냐면 많은 예산을 지원해 실시한 시범사업이 쓸모없는 것으로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발표라도 한다면 그 학교의 교장과 담당교사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학교장은 상부기관인 교육청이나 교육부에 미운 털이 박힐 것이요, 담당교사들은 승진을 위한 연구점수 받기가 어려워질지 모른다. 그러니 시범사업이나 정책이 실패했다는 발표가 없는 것이다. 이른바 보여주기식 시범학교나 연구학교의 발표에 맞춰 또 하나의 사업이나 정책이 시행되다가 슬그머니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연구점수와 연결돼 승진이나 전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연명해온 것은 아닌지 교사들 모두 가슴에 손을 얹어 반성해볼 일이다. 그리고 온갖 교육정책을 시도 때도 없이 학교 현장에 뿌려온 교육 관료들의 자리를 모조리 없애는 것이 아마도 우리 교육을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른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