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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20. [성광진]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다?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5-09-21
  • 조회수 : 536

 

교육 양극화 심화, 다시 평준화 강화해야

 

5, 60년대는 지역마다 일제 때 설립된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가 해당 지역의 입시 명문고로 뚜렷하게 발돋움하던 시기였다. 이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재수도 마다하지 않던 시기로, 대부분의 입시 명문고는 야구부를 육성해 고등학교 야구를 전국적인 스포츠로 자리잡게 했다. 야구부는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동창회의 지원이 필연적이라서 이들 고교 이외에는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70년대, 고등학교 야구대회가 벌어지는 시기에는 전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고향을 떠나 드난 서울살이를 하는 이들에게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등학교 야구는 동문을 떠나 고향과 동일시하게 되었다. 복잡한 경기 규칙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과 일본 이외에는 별로 주목받지 않던 야구를 온 국민이 유별나게 사랑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야구대회가 열리는 운동장에는 관중이 몰려들어 자신의 고향과 연고된 학교를 목청껏 응원하면서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와 동향 사람들에 대한 친밀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런 특정 고등학교의 명문화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게 되었다. 첫째, 모든 학습 영재를 서울이나 대도시의 특정 학교가 싹쓸이해 지나치게 편중됐다. 둘째, 고등학교 입학시험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과외가 성행하고 입시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였다. 셋째, 지역의 고등학교 동문들 중심으로 해당 지역에서는 패권적 경향이 나타났고 ‘00학교 출신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민다는 소리가 들릴 만큼 폐해가 나타났다. 넷째, 중앙에서도 각 부문마다 지역 입시 명문고 동문 중심으로 패거리가 형성돼 밀어주고 끌어주는 내 사람 챙기기가 나타나 지역주의가 두드러지지 시작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차츰 축적돼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때는 70년대였다. 경공업에서 중화학으로 산업의 축이 이동하면서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들의 등장, 더불어 빈부격차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기였다. , 유신헌법의 공포로 유례없는 독재정치가 시작되고, 국민은 제왕적 대통령의 충실한 신민으로 전락해 머리 모양과 치마길이까지 통제받던 시대였다. 이 시기에 명문고 동문을 중심으로 지역 패권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최고 권력인 군과 정보부, 시법기관 등에서 동문 인맥을 중심으로 패거리가 형성됐다.

 

당시 유신정권은 아마도 패거리 지역주의가 가져올 무서운 폐해를 예감했는지, 초등학교부터 입시 경쟁으로 짓눌리는 아이들을 구제할 필요를 느꼈는지 알 수 없지만 중학교 평준화에 이어 고등학교 평준화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만약 10년만 더 늦게 추진했더라면 동문 패거리 세력들의 반대로 고교평준화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평준화를 통해 일제 때부터 명맥을 이어온 입시 명문고를 없애버린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박정희 시대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각 시도에 자리한 명문고의 입시 명성은 전두환 정권시절인 1984년에 설립되기 시작한 외국어고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설립된 대원외고는 변호사와 판사, 검사 등의 현역 법조인만 무려 5백여 명에 이르는 학맥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사회 지도층으로 올라서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법조계가 외국어고 동문들로 메워졌다. 평준화 정책의 틈바구니에서 슬그머니 등장한 외국어고는 한 세대 만에 한국 사회의 최대 동문 인맥을 만들어 냈다. 강력한 동문 인맥을 구축했던 과거 명문고 출신들의 시대가 저물어 가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외국어고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입시 명문고와는 현저히 다른 무엇이 있다. ‘서울지역 고1학생의 학교 유형별 소득 분포’(KDI, '사회 이동성 복원을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 보고서, 2015.4.29.)에 따르면 부모의 월 소득이 500만 원이 넘는 학생 비중이 특목고에서는 50.4%로 절반을 넘지만, 그 비중은 자율고(41.9%) 일반고(19.2%) 특성화고(4.8%)로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과거 명문고는 부모의 소득과의 상관관계가 우려할 정도가 아니어서 명문고 출신으로 가난을 딛고 우리 사회의 주요한 요직을 차지한 사례가 많아 일일이 거론할 일이 못되었다. 그러나 강남 거주 고소득층 자녀가 절반에 육박하는 서울 지역 외국어고 출신들의 배경을 살펴 볼 때 교육을 통한 ()의 대물림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새롭게 등장하게 된 이유다.

 

더욱이 특목고 출신들이 과거 입시 명문고와 같은 동문 인맥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패권적 경향을 보일 때 나타나는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빈부격차가 아이들의 교육에 그대로 반영되는 양극화 현상은 평준화 정책이 무너지면서 나타난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갈등 요인은 빈부격차로 인한 양극화이다. 앞으로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우리 교육에서 가야할 길은 평준화를 더욱 강화해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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