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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19. [성광진] 공부가 싫어서 학교를 떠난다고?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5-09-11
  • 조회수 : 532

 

숙려제보다 근본대책을

 

교육부의 2015년 교육기본통계(20158)에 따르면, 한국의 학업중단 학생은 중학교 11,702, 고등학교 25,318명이다. 2014년에는 한국의 고등학생 1788천여명 가운데 3382명이 학업중단을 했다. 교육부는 매년 41일 기준으로 관련 조사를 하고 통계를 발표한다.

 

해마다 25천여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어디로 갈까? 대안학교나 복학을 통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고, 외국의 학교로 유학을 가기도 한다. 또 일부는 검정고시를 통해 고교 학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고교 중퇴란 멍에를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도 못 나온 놈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도대체 아이들은 왜 학교를 떠나는 것일까? 통계청 조사(20147)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44.9%, 중학생은 5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재학생들의 반은 학교생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교 부적응은 학교생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태에서 학교를 이탈하고자 하는 학생의 의지가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일부 충동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렵다.

 

교육당국은 2014년부터 학업을 중단할 뜻을 보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중단 숙려제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장이 학업중단 의사를 밝힌 학생에게 전문상담기관의 상담이나 진로 탐색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숙려(熟廬)할 기회를 주고, 그 숙려 기간을 출석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학교는 학업중단 예방위원회를 구성해 협의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자퇴 의사를 가진 학생들에게 숙려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부적응 사유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다각도의 여러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지만 학교생활에 대한 불만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어야 한다.

 

고등학생 1학년 학급에서 물어보았다.

학교 오는 것이 싫은 학생은?”

대부분이 손을 든다.

그렇다면 나는 학교를 지금 당장 그만 두고 싶다는 학생?”

서너 명이 손을 든다.

손을 든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억압이 싫어요”, “집에서도 억압이 있는데 학교에서도 심해요.”

어떤 억압인지 물었다.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고요, 억지로 공부시키는 게 싫어요.”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아니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강요하는 거요. 자율학습도 강제로 하구요, 보충수업도 그렇고

 

학생들의 대부분은 공부가 싫다고 학교를 기피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학교가 지나치게 권위적이거나, 성적 중심으로 줄을 세워 차별하면서 공부를 억지로 강요하는 학교가 싫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부 성적이 낮아서 학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성적이 낮으면 부끄럽다고 여겨지는 구조와 문화가 학생들이 학교를 기피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적이 중심인 사회는 아이들을 억압한다.

 

너는 자율학습 왜 안 하려고 해? 네 성적을 보란 말이야. 이렇게 바닥을 기면서 부끄럽지도 않냐? 부모님도 두들겨 패서라도 공부를 시키라고 하는데.”

뭐라고? 효과가 없어? 지금 너보다 공부 잘 하는 애들도 다 남는데, 가겠다고? 이게 무슨 배짱이야. 왜 네 의견은 무시 하냐고? 이 녀석을 그냥! 무조건 남으라면 남아!”

학교에 이런 식의 대화가 남아 있다면 아이들은 억압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 오는 것을 즐겁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학교 경영자와 교사들이 최우선으로 해야 일이라고 본다. 학생들이 억압으로 느끼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여 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학생들이 자신들의 둥지인 학교를 떠나겠다는 생각도 사라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학교의 각종 규정을 학생들의 자율에 무게 중심에 둬 개정하고, 교육과정 운영에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 등 말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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