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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17. [성광진] 소수 집중 ‘엘리트 체육’ 바꿔야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5-07-24
  • 조회수 : 845

 

국가 자존심을 높이는 수단으로의 역사와 현실의 간극

 

출석부에만 존재하고 수업시간에는 자리에 없는 학생들이 있다. 운동부 학생들이다. 그동안 근무했던 중등학교에는 운동부가 있어서 구기 종목 선수들이 수십 명씩 활동했는데, 담임들도 선수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일 년 내내 합숙훈련을 반복하고 시합에 나가다 보니 수업에 들어오기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학교나 선수의 학부모들도 소극적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열심히 연습해서 시합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훈련만으로 정규수업을 빠져서는 안 되고 출석이 인정되는 것은 경기 중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선수 자신도 그들의 학부모도 학교에 출석하길 바라는 것 같지 않다. 설사 수업에 참가한다 해도 운동부 학생 대부분이 학습을 따라오지 못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탓이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습내용 만큼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은 인간적인 교류다. 또래 아이들과 더불어 생각하고 활동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서로 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선수들은 오로지 운동부 학생들과 생활하다보니 또래와의 다양한 교류가 없다. 운동에만 전념하고, 그 실적으로 진학을 하거나 프로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다 보니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학교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특히 부상을 당해 더 이상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한국의 스포츠는 세계무대에서 국위선양을 위한 수단이었고, 체제 선전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소수의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최대의 성과를 얻는 방향으로 이끌어져 왔다. 1970년대에는 나라의 경제 규모와는 다르게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가 자존심을 드높이는 수단이 되었다. 이것이 엘리트 체육이 생기게 된 배경이다. 또 지금까지 엘리트 체육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기종목에만 치우친 투자와 집중화는 비인기 종목의 소외를 낳고 말았다.

 

한때 근무했던 학교에 핸드볼팀이 있었는데 인근에 다른 팀이 없어 전국대회에 출전 기회가 많았고 더러는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러나 막상 선수들은 진로의 답답함을 토로하곤 했다. 마땅히 진학할 대학팀이나 실업팀이 적다 보니 장래가 막연했던 것이다. 운동에 대한 의지가 뚜렷했지만 장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공부를 병행했더라면 좋았겠지만 학교나 선수를 지도하는 지도자들도 소극적이고 눈앞의 성적을 내기 바빴다. 사실 코치나 감독들은 대부분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리가 불안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닦달하기 마련이다. 이들에겐 공부보다 대회에서의 확실한 성적이 중요했다.

 

그런데 가장 인기종목인 야구나 축구도 진로문제가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졸업생 전부 원하는 대학이나 프로팀에 가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학부모들의 극성스런 지원이 뒤따르고,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학부모들끼리 상당한 액수의 후원금을 내서 코치 비용이나 대회출전비, 간식비 등을 지원하지만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못하거나 찾아주는 프로팀이 없으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절망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어디에도 발 디딜 데가 없는 것이다.

 

축구 강국인 독일의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프로축구선수이고 어린 시절부터 꿈을 갖고 축구선수 생활을 하지만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독일의 36개 프로구단(1,2부 리그)에 유소년트레이닝센터를 설치해 선발된 유소년들이 고도의 축구기술을 연마하도록 돕고 있지만 학교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근거리의 학교와 협조를 통해 수업시간을 조절해 축구를 하면서도 학교수업에 충실하도록 하고 개인지도 및 과제물과 같은 도움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슈틸리케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 유망주라 할지라도 독일조차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겨레신문> 2015425일자 기사를 보면 초등학생 축구선수를 만난 슈틸리케 감독은 나는 7살에 축구를 시작했으나 학업과 병행하다가 17살이 돼서야 프로축구선수가 되겠다고 결정했다. 여러분도 또래들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기를 바란다. 나중에 재능이 있고, 프로선수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 나처럼 고등학생 때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독일에서 유소년 대표팀 감독을 6년 넘게 맡은 슈틸리케는 독일 축구의 수많은 유망주들이 선수로 실패한 뒤 축구 외의 부분에서 준비가 되지 않아 인생에서도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무리 뛰어난 유망주라도 그가 프로선수가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있는 지도자는 아무도 없다. 축구보다 학업이 우선이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인생을 설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체육 꿈나무를 길러내는 우리 시스템에도 변화가 왔으면 한다. 슈틸리케의 말처럼 학교는 선수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업을 병행시키지 않으려면 아예 운동부를 없애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방과후 스포츠클럽을 만들어 학교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스포츠클럽이나 협회, 또는 구단들이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 아닐까 한다. 그러면 정상적인 학교 활동을 끝내고 나서야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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