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학교장, 동문회까지 나선 대전고
내후년이면 개교 100주년을 맞게 되는 대전고등학교가 국제고로 전환이 된다. 대전고는 3만 8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지역에서 가장 오랜 전통의 일반 고등학교이다. 국제고 전환이 구체화되면 대전 지역에는 일반 고등학교 1개가 사라지고 국제고가 설립된다.
국제고로 전환한다는 것은 대전고로서는 전통의 단절을 의미한다. 이러한 우려를 갖는 학교 동문들에게 학교장은 국제고로 전환하더라도 학교명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교명은 그대로라도 학교의 성격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주체인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동문인 학교장을 포함한 동문회 임원들이 나서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전환으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국제고는 원래 외국인 자녀와 해외 귀국자의 자녀를 교육시킬 목적으로 설립하는 학교로 교육과정에서 영어교과 심화과정의 이수단위가 좀 더 많다는 것 외에는 일반 고등학교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그러나 선발권이 학교에 있다는 점이 다른 특목고와 같다. 그리고 전국적 규모에서 학생을 선발해 수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차이가 전환 설립의 이유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제고를 추진하는 대전고 일부 동문들은 6,70년대 고교평준화 이전 입시명문으로 대전, 충남지역의 학습 우수 학생을 싹쓸이해 서울권의 소위 명문대에 많이 진학시킨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욕심에 눈이 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욕심을 갖게 한 것은 뭐라 해도 1974년 이래 이어져온 평준화 체제를 깨뜨리고, 대학 입시 경쟁을 부추겨온 역대 정부의 탓이 크다. 고교의 평준화는 90년대 들어와 특목고의 등장으로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평준화 해체는 외국어 영재를 키운다는 명목 하에 전국적으로 설립된 외국어고가 그 출발이었고, 영재고, 과학고에 더해서 국제고에 와서는 정점에 달한다. 현재 고교유형은 일반고와 특목고, 특성화고, 자율고로 크게 4개로 나뉜다. 그런데 특목고는 국제고와 외국어고,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등 6개로 나뉜다. 자율고는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 공립고로 갈라지다.
문제는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다. 특목고는 전국에 120여 개 학교가 있는데 이들 가운데 국제고와 외국어고가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학교인가에 대해 의문이 많다. 국가의 특별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영재를 지향하는 외국어고는 수능 영재를 양산할 뿐이며, 과학고는 ‘의대입시학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애초 설립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정부는 이곳 학교에 일반고보다 예산, 시설 등에서 더 많은 지원을 지원해 교육이 지향하는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결국 국제고는 외국인 자녀를 교육시킨다는 목적에 편승해 또 하나의 입시 명문고를 지향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우리 사회 일부 기득권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대전고가 국제고가 된다면 학생 정원은 지금 1,300명 수준에서 480명 수준으로 줄어들고, 영어가 선발시험의 중심에 놓여 영어조기교육으로 무장한 소수 부유층 자녀 대상 특권교육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전국 선발로 타 지역에서 온 아이들이 모집 정원의 약 70%를 차지하게 되어 지역의 대다수 학생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대전고는 평준화 이후에도 과거와 같은 입시 명문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자부심을 갖는 수많은 후배들을 배출했고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도 높다. 평준화된 1981년 이후 동문의 숫자가 이전보다 많아진 상황인데도 일부 동문들이 선발권에 눈이 멀어 백년 전통을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평준화 이전 1970년대에는 학습 우수자를 싹쓸이하는 입시 명문학교로 인해 나머지 학교들이 소외되어 교사와 학생은 주눅이 들었고, 그런 기성세대는 출신 학교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남모르는 열등감을 느껴야했다. 그리고 학습 우수자를 싹쓸이한 학교는 일부 소위 출세한 동문을 중심으로 패거리를 만들어 지역에서 패권적 행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백년의 학교 전통이 입시 전문학교 프로젝트 때문에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외국어고, 과학고, 영재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의 학습 우수자들이 일반 고등학교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외국어 인재나 과학계 인재, 또는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들 학교가 설립 목적에 맞는 인재 양성보다 입시에 충실한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래서 대학입시에 유리한 측면을 보고 학부모들이 이들 학교를 지원하는 것 아닌가?
학교가 대학입시에 휘둘리는 구조는 내 자식을 입시 명문학교에 보내려는 우리 사회의 탐욕과 이에 영합한 교육 당국의 합작품이다. 우리 사회가 바라는 창조성과 개성은 현재의 입시 교육 구조에서는 발현되기 어렵다. 과학 영재를 키우기 위해 과학중·고를 세우고 체육 엘리트를 키우듯 수십 년간 노력했지만 그 출신들이 세계적인 학자가 되어 출중한 업적을 세웠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스포츠 엘리트들이 각 종목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듯이 과학자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입시 교육의 한계이며 우리 교육의 가장 큰 약점이다. 입시 점수따기 기술자를 양산하는 학교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름다운 인간성을 추구하는 협력과 조화의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