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14. [성광진] 그 제2외국어 교사는 왜 최하위 교사 됐을까?
최선 다해 수업해도 입시경쟁교육 굴레
영어는 오늘날 진학과 취업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수능에서도 가장 배점이 많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젊은 대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은 각종 영어 자격시험에 응시하느라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영어의 열기에 짓눌려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등의 교과는 같은 외국어교과이면서도 학교에서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이 교과들은 다른 과목과 달리 고유한 명칭 외에 제2외국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영어과와 비교해 제2의 위상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담당교사들이 은근히 열등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제2외국어는 수능의 선택과목으로 학생들에게는 대학 진학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 공부하다 마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교육과정으로 어떤 제2외국어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교사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일본어, 중국어 교사가 함께 가르치는데, 학생들이 중국어를 많이 선택한다면 일본어 교사들은 과원이 되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학교장이 학생들의 선택 교과를 일방적으로 바꾸도록 해 특정한 제2외국어 교사가 과원이 되어 떠나게 된 사례도 있다. 교과서까지 주문한 상태로 선택교과가 확정되었으나 담임교사들은 다른 외국어를 선택하도록 학생들을 설득했다. 물론 이런 지시를 한 사람은 학교장이었다. 결국 특정 교사는 자신의 수업시수가 없어지자 결국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제2외국어 교과 선택의 경우 학생들의 선택권과 교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학교교육과정위원회를 거쳐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지만 학교장의 전횡으로 이러한 상황이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더 우울한 이야기는 자신의 수업시간에 열심히 강의를 했던 3학년 담당 제2외국어 교사가 교원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아 불명예스러운 연수대상자가 된 경우다. 모 고등학교의 그 교사는 학생들의 줄기찬 자습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아이들로서는 제2외국어를 수능에서 치르지 않는 상황에서 수업을 듣기보다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자율학습이 필요했다. 그런데 입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수업을 강행해 한 시가 급한 수험생들의 마음을 긁어놓았던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분풀이하듯 교사를 평가했고, 그 결과로 최하위까지 내려갔다.
수업을 생명처럼 여겼던 교사는 자습 요구에 응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수업을 전개했건만 아이들과 대척점에 서고 말았다. 이러한 정황을 참작해 재심의가 이루어지고 억울한 입장이 받아들여져 불명예로부터 벗어났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결국 입시에 의해 수업마저 왜곡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입시경쟁교육으로 인해 입시에 소용되지 않는 것들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추방되고, 동아리 활동마저 진학과 연계되어야만 개설할 수 있다.
또, 고교 3학년 수업시간에는 오로지 문제풀이 수업만이 횡행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것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할 수 없다. 왜냐면 입시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시에 도움이 안 되는 선택과목들은 고등학교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입시에 의해 교육이 왜곡되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더 답답한 것은 입시경쟁교육을 타파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요원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