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13. [성광진] 평가가 만능처럼 쓰이는 학교
학교평가, 지시에 순종하는 학교와 교사 만들기
“선생님 때문에 우리 학교가 학교평가에서 S등급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 어서 자율 직무연수를 신청하셔서 이수시간을 90시간 이상 받아놓으세요. 정 어려우시면 제가 신청해 놓을 테니 같이 하시죠.”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낮으면 학교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어요. 담임선생님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생들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잘 알다시피 이번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학교 평가가 달라집니다. 2학년 선생님들께서는 이번 주부터 수업시간에도 모의고사 기출 문제들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위의 대화나 지시는 교사들이 한 해 동안 학교 내에서 여러 번 들었음직한 내용이다. 이명박 정권에 의해 2011년 도입된 학교평가는 교육청이 정한 일정한 영역의 평가 지표의 도달 정도를 점수화해 학교별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학교별로 등위를 정해 성과급을 지급하다 보니, 학교 간에 경쟁이 작용하고 있다.
결국 교사들은 억지로 연수도 받고, 학생들의 방과후학교도 강권하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올리기 위해 수업시간을 편법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2009년부터 교사들의 각종 업무를 평가 지표로 삼아 교사별 성과급을 지급하더니, 이제는 학교 간에도 등위를 만들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학교 간에 무리한 경쟁을 촉발시키고 하위 학교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 마련이다. 전교조가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인 사회동향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 교사 7백여 명, 학교장 3백여 명을 대상으로 ‘학교 성과급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교사 72.3%가 학교 성과급에 반대했으며, 찬성은 24.1%에 불과했다. 학교장들도 불만이 많아 응답자의 55.2%가 반대했고 찬성은 39.7%였다. 학교성과급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다수가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학교 간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점수를 모든 것의 기준으로 삼고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과연 옳을까? 점수를 잘 받는 학생을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모든 점에서 우월하게 보는 관점이 얼마나 많은 과오를 범하고 있는가. 학교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학습평가 점수를 인격과 동일시해 취급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야 너는 이것도 못 푸냐?”, “너는 도대체 이것을 점수라고 받았냐?”, “야 이 반에는 돌들이 이렇게 많냐? 자갈 구르는 소리밖에 안 들려!”, “공부도 못하는 놈이...”
인격을 점수와 연계시키는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평가지상주의라고 볼 수 있다. 지금 교육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평가지상주의가 결국 교사와 학교를 평가하고 등급화해 ‘너는 특급교사, 나는 B급교사’로 구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학교도 ‘특급학교와 B급학교’로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이 제도가 우리 교육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 학교로 하여금 평가 항목 사업에 치중하게 하고, 등급으로 인해 학교 간, 교사 간 위화감이 조성되며 학생 교육에 소홀해지는 현상만 나타났다. 지시에 잘 따르는 학교, 지시에 순종하는 교사 만들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면 할 말이 없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