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아침이 있는 삶을 위해
서울과 경기, 충남, 세종, 충남, 인천 등 많은 지역에서 아침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추는 것이 시행되면서 논란이 일었지만 차츰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대전은 고등학교의 경우 대부분 7시 30분에서 8시까지 등교하고, 중학교는 8시에서 8시30분, 초등은 8시30분으로 조정돼 어정쩡하게 30분 정도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9시 등교 어떻게 생각하니?”
삼십 여명의 학생 중에서 두 명 정도 빼 놓고 다 찬성이다. 두 명도 지금보다는 늦춰야 한단다.
“그럼 왜 늦춰야 할까?”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어서요”, “아침이 즐거울 것 같아요”,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어요” 등 공통적이고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런데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요”
“왜?”
“아침에 짜증이 적어지고요.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잖아요. 사실 저녁에는 식구가 모두 모여 식사하기 어려워요”
가족 구성원이 일을 마치고 같은 시간에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일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자영업이든 회사원이든 맞벌이 부부가 저녁시간에 함께 귀가하기가 만만찮다. 대선에 나섰던 어느 정치인이 내세운 ‘저녁이 있는 삶’에 공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족들이 더불어 식사할 수 있는 시간대가 아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교에 달려가고, 부모들도 출근 준비로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가족간 대화나 소통이 가능하겠는가? 게다가 요즘 학생들은 준비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교복도 때 맞춰 다려져 있어야 하고, 외모도 신경 써야 한다. 학교에서 가정에 전달하는 여러 내용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시간에 짜증부터 터트리는 아이와 그 짜증을 들어야 하는 부모가 스트레스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건강상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청소년 시기의 영양 결핍은 평생 건강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침식사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2012년 대전교육연구소가 대전지역 2,520명 중, 고생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 ‘생활의식 및 만족도에 관한 연구보고’(연구자 김영노)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중학생의 36.1%, 특성화고 학생의 55%, 자율형고교 학생의 25.3%, 일반계고교의 29.7%는 ‘가끔 먹거나’, ‘전혀 먹지 않는다’ 고 대답했다. 말하자면 고교생의 70% 이상이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등교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침에 일찍 등교하기 때문으로 보여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 학생이 던진 말이 가슴에 꽂힌다.
“아침에 똥을 눌 시간이 필요해요”
아이들이 웃으며 술렁거린다.
대변을 시원하게 보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아이들은 학교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대체로 거북해한다. 과거보다 시설이 많이 좋아졌지만 학교 화장실의 청결 정도는 주택에 비교하면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대변보기를 꾹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
다시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학교 화장실에서 대변을 해결하지 않는 학생은?”
놀랐다. 반 정도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아이들은 마음 편히 화장실에 앉아 있고 싶지만, 이른 등교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다 보면 변비에 걸리거나 소화기 쪽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고등학교는 정규수업에 더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까지 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를 훌쩍 넘기기 마련이다. 그때까지 대변을 참는 아이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지나친 결벽증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사실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것이다.
우리는 왜 공부하는가?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밥을 먹고 시원하게 대변을 보는 것은 인간의 기초적인 욕구이다. 이 기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등교시간을 조금 늦추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아침이 있는 삶, 아침을 여유 있게 보낸다는 것이 행복을 여는 첫걸음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痛)] 201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