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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10. [성광진] 학교장 선출보직제로 민주적, 인간적 학교를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5-04-06
  • 조회수 : 495


소수점까지 비교하는 승진제도(2)

 

수업에 들어가는 여교사가 텀블러를 들고 있는 것을 교장이 보았다.

내가 분명히 교실에 들어갈 때 물병 같은 것 들고 가지 말라고 얘기했을 텐데...”

제가 유달리 목이 안 좋아 물을 마시지 않으면 강의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교사를 그만 두어야지, 당장 그것 치우고 들어가시오

그리고는 텀블러를 빼앗아 던져버렸다. 여교사는 자존심이 송두리째 무너져 가슴이 먹먹했다. 학생들이 보고 있었던 것이다.

 

교직원회의에서 한 교사가 말했다.

수업시간에 학생부에서 사전예고도 없이 들어와 학생들의 머리와 소지품 검사를 하고 벌점을 줬는데, 교사의 수업권에 대한 침해라고 봅니다. 이것은 지나친 것 같습니다

교장이 말했다.

내가 그러라고 했어요. 애들 요즘 엉망인 게 안 보입니까? 담임들이 제대로 못하니까, 학생부라도 나서서 하라고 했는데 그게 왜 불만인지 모르겠구먼

 

발언한 교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사들의 감정이 상했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망발과 전횡을 부려도 학교장의 지위는 안팎으로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교사들이 승진에 욕심이 있다면 대부분 그 목표는 학교장이 되는 것이다. 물론 교육장이나 교육청 국, 과장 등 교육관료가 되는 것도 목표지만, 자리가 한정됐고 학교장만큼 그 지위와 업무에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대체로 말한다.

 

학교장은 무엇보다 독립적으로 한 학교를 대표해 업무를 총괄하고, 교사들과 학생들을 지도·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학교 내 교사의 인사권을 물론 학생에 대한 징계를 비롯해 학생들의 생활과 학업 전반에 관해 교사들을 통해 통제하고 지도한다. 학교 내에서 학교장의 권한은 거의 무소불위라고 봐도 좋다. 이 때문에 교사들이 학교장이 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학교들은 민주적 절차라는 것이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다. 학교의 중요한 결정은 학교장이 내리고 교사와 학생들은 그대로 따르는 것이 보편화됐다.

 

특히 출신대학이 거의 겹쳐지는 초등의 경우, 학교장이 교사들을 동문 후배 대하듯이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장의 지시가 곧 법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인 초등학교에서는 제왕적 학교장이 군림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 년 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장이 점심시간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 수업 중인 교실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들은 교장에게 맞아 안경이 벗겨지고 눈 주위가 부어오르는 상처를 입는가 하면 술주정에 떨어야 했다. 백주대낮에 술을 마신 것도 모자라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폭행하는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 사태를 제어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었고, 학교에서는 쉬쉬하며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 만약 피해 학생의 학부모를 통해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도 자칫 묻혀버렸을 것이다. 사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 같은 진상 행동을 서슴지 않는 교장들이 교사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적다고 보기에도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의 승진제도로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덕망 있는 교장을 검증해 선임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전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온갖 잡무를 점수로 환산해 소수점 네 자리까지 비교하는 현재의 점수 중심 승진제도에서 인격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방법은 덕망 있는 교장이 선임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고 중립적인 추천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은 대상자들을 교사와 학부모가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선출 보직제가 대안이어야 한다. 보직 개념으로서의 학교장은 임기를 마치면 곧바로 다시 교실로 복귀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학교장이 교단을 떠난 기간이 길수록 교사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육관료로 오랫동안 종사할수록 현장교사들과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덕망을 갖춘 교장이 교사들의 교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가 그 직위를 떠나 다시 학생 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학교가 민주적이고 인간적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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