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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9. [성광진] 국화가 학교장을 만들어?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5-03-29
  • 조회수 : 498


소수점까지 비교하는 승진제도(1)

아이들 가르치기도 버거울 텐데, 학교에서 국화를 키우느라 불철주야 고생한 교사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이십 년 전의 일이다.

 

눈에 쏙 들어올 만큼 멋진 국화 화분을 만드느라 온갖 정성을 다하는 교사들이 학교마다 꽤 있었다. 어떤 교사는 학생들에게 화분 당번을 정해 관리를 맡기는가 하면, 틈만 나면 화분을 가꾸느라 자신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어두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정성들여 키우던 국화 화분에 손을 댄 학생들은 교사에게 혼쭐나기도 했다. 또 어떤 학교는 국화로 인한 갈등도 나타났다. 열심히 키운 국화를 슬그머니 난도질한 범인을 찾고 보니 동료 교사였고, 서로 주먹다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비화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 모든 사태는 국화전시회 때문이었다.

 

그 시절 교육감은 국화를 좋아했다. 교육감의 총애를 받고 싶은 누군가가 국화전시회를 기획했다. 교육청은 정서 함양명분으로 학교에 국화를 출품하라고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나온 묘안이 출품 수상자에 대한 승진가산점 부여하는 것이었다. 학교마다 국화를 죽자 사자 열심히 키우는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됐다.

 

승진과 관련 세태는 지금도 그 시절과 다를 게 없다. 국화전시회 가산점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학교장이 되는 과정은 점수와의 길고 긴 싸움이다. 승진 점수 계산엔 월별 가산점이 소수점 네 자리 수까지 매겨진다.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이다.

 

승진점수는 복잡한 경력평정 점수에 더해 잡다한 영역까지 가산점이 주어진다. 연구·시험·실험학교 유공자와 직무연수 실적, 도서·벽지 근무, 특수학교(학급) 근무, 보직교사 경력, 장학사·교육연구사 경력, 정보화 관련 자격증 취득, 농촌교육지역학교 근무 경력, 수업연구대회 입상, 수련원·연수원·정보원 파견 경력 등등이다. , 가산점은 등급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복잡한 계산을 두드려봐야 한다.

 

그런데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경력과 가산점은 일정 기간이 되면 서로 비슷해지기 마련이라, 새로운 가산점 하나가 더 붙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국화전시회에서 받는 가산점은 승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약삭빠른 계산이 작용해 전시회는 성황을 이루게 되었고, 이 가산점으로 한발 더 빠르게 승진을 하는 학교장도 나타나게 됐다.

 

승진은 모든 교사에게 열려 있지만, 치열한 점수 계산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만만하지 않다. 이러다보니 승진은 30대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 됐다. 교육현장에서 보면, 교사들의 최종 목표가 학교장을 비롯한 교육 관료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알게 모르게 승진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이 열망에 편승해, 최근에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을 없애겠다면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학교폭력 유공교원가산점 부여다. 교육부는 지난 2012년 학교폭력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학교별 정원의 40%까지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40%로 정했는지 모른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해결은 모든 교사의 당연한 책무이며 더불어 협력해야 좋은 결과를 낳게 마련인데, 학교 교사 40%에게만 가산점을 부여하니 제외된 나머지 교사들은 소외감을 갖게 된다. 결국 교육부의 조치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 간 위화감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학교운영위에서 심의를 한다고 해도 과대 포장된 실적을 만들기 위해 수백 쪽이 넘는 보고서 작성에 또 경쟁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의 본질을 가산점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학교 내 교사 간 위화감만 깊어지는 결과를 가져왔고,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수단으로 승진 가산점을 이용하면서 결국 본질은 사라지고 교사 간 점수 경쟁만 가중되고 말았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 가산점에 현혹돼 자신의 교육적 가치를 승진 점수와 맞바꾸려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교사로서의 순수한 열정이 승진에 대한 욕구로 변질되면서, 승진점수 만들기를 진정한 교육적 열정으로 착각하는 교사들이 주변에 많아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5-03-2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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