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2)도입목적과 다른 학교운영위 어떻게?
학교운영위는 크고 작은 각종 행사, 건물의 보수 및 유지 공사, 물품 구입, 급식자재 구입, 교과서, 부교재 선정 등 수백만에서 수천만 원이 오가는 예산의 편성과 결산을 심의한다. 또 초빙교사와 초빙교장의 심의를 비롯해 학교의 인력수급에 관한 주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집행의 투명성을 위해 학교운영위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안이 일방적인 보고와 통과로 끝난다. 예·결산만 하더라도 심의소위원회를 만들어 심도 있게 논의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대화가 오가는 학교운영위 풍경이 고등학교에서는 낯설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우리 학교는 진학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면서요?”
“예년보다 잘 되었다고 저희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되었다고요? 그런데 우리 학교가 SKY에 작년보다 적게 보냈다고 알려져 있어요.”
“아, 예... 송구스럽습니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작년보다 조금 못한 게 사실입니다.”
“SKY 진학을 위해서 다른 학교는 성적상위자들을 대상으로 야간 특별보충수업을 하는데, 왜 우리 학교는 안 하는 건가요?”
“그건 교육청에서 오후 7시 이후에는 보충수업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다른 학교는 어떻게 하는데요? 교육청이 규제해도 다들 특별반을 편성해서 하고 있잖아요. 학부모들이 돈도 따로 마련해줄 수 있는데 왜 못하는 거죠?”
“우리 학교도 하고 싶은데... 일부 교사들이 반대를 해서...”
“아니, 도대체 학생들 공부시켜서 좋은 학교 진학시키자는데, 누가 반대합니까? 그런 교사를 우리 학부모위원들이 다른 학교로 보내달라고 교육청에 진정이라도 할 테니까, 누군지 말씀하세요.”
이런 정도면 학교운영위가 없느니만 못하지 않을까? 심지어 학교운영위를 이용해 진보적 교육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2014년 6월 지방선거 직후 보수적 색채가 강한 단체와 인사들은 토론회를 갖고 진보교육감 시대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학교운영위를 통해 진보교육감의 정책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지난 해 7월 21일 <데일리안>의 ‘학교운영위가 바로서야 좌파선동 바로잡는다.’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토론회에서 “학교운영위가 바로서야 전교조와 좌파교육감들이 학교를 진보 좌파교육장으로 만드는 것을 견제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교권 무력화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는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가 맡았다. 또, 김기수 바른교육권실천행동 대표, 이명희 공주대 사범대학 교수,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등 대표적 보수인사들이 토론에 나섰다.
이들은 “전교조 교육감들이 교육 현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을 누가, 어떻게 변화시켜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멀쩡한 자사고를 폐지한다는데도, 교육현장의 상황을 무시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는데도, 멀쩡한 역사교과서가 학교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데도 학교운영위원회가 너무 조용하다”며 “이 침묵은 학교운영위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교육운동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드디어 학교운영위가 보수 세력이 바라는 수구적 교육정책의 지지대와 같은 역할을 떠맡게 되는 시대가 온 것인가.
[교육통(痛)] 2015-03-1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