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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6. [성광진] 탱자가 된 학교운영위원회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5-03-11
  • 조회수 : 455

6. [성광진] 탱자가 된 학교운영위원회

 

(1) 도입목적과 다른 학교운영위 어떻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는 말이 있다. 같은 귤나무라도 회수의 남쪽에 심으면 귤이 열리지만, 북쪽에다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는 뜻으로 사람이나 문물이 주변의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경우가 학교운영위원회다. 이 제도는 1995년 김영삼 정부가 발표한 ‘5.31 교육개혁안의 핵심 사안으로 1980년대 미국에서 실시된 학교자치 사례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교운영위의 도입은 학교에서 의무만 주어지고 누릴 수 있는 권리란 전혀 없던 학부모가 학교에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또 해당 학교 교사들도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겉으로는 학교자치기구로서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

 

19876월 항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성숙했으나, 1990년대 학교는 아직도 교육청과 학교장의 관료주의적 권위로 인해 질식되어 있었다. 상명 하달. 오로지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시와, 학교장의 지도 감독권만을 인정하는 체제 속에서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의 학교 경영에 대한 의견 수렴은 조금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당시 현실이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를 교육해야 하는 학교가 가장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실상 학부모와 교사, 학생은 말로만 교육주체라고 했지 학교에서 아무런 권리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 경영에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게 된 것은 획기적이었지만, 기득권세력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학교장들은 이 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자문기구 역할에 머물게 하려 했고,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의 교육 민주화세력은 의결기구로서 학교장의 전횡을 견제하기를 바랐다.

 

개혁을 바라는 교사들은 이 기구를 통해 학교 내 민주화를 도모했다. 그들은 대부분 학교장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교사위원에 출마, 당선되어 기대에 부풀어 운영위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그 기대는 얼마 안가 큰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학교운영위는 태생부터 한계를 갖고 있었다. 운영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회과 교사회가 법적 기구로서 위원들을 뒷받침해주어야 했다. 학부모 위원들은 학부모회의에서 선출되었지만 의견을 수렴하는 상시적 구조가 없는 상황이라서 개인 의견으로 운영위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또 교사위원들도 학교장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교사회가 없어 운영위에서는 학교장의 권위에 눌리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학교장이 당연직 위원이 됨으로써 위원장을 학부모나 지역인사가 맡더라도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은 결국 학교장이었다. 또 지역위원이나 학부모위원의 선출 과정에 학교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같은 편에 속하는 사람들로 짜일 수 있었다. 교사위원들도 학교장이 인사고과를 주는 상황에서 승진을 바라는 교사들이라면 학교장에게 순응하기 마련이었다. 한 두 명의 교사위원이나 학부모위원이 고군분투해도 결국 표결에서는 다수에 밀려 학교장과 다른 의견을 관철시킬 수가 없었다.

 

더욱이 학부모와 지역 위원들은 학교의 행정이나 상황에 대해 어두운 상황에서 교사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들이 대부분 학교장의 편에 서 있음으로 인해 사실상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장의 불합리한 학교 운영을 합리화시켜 주는 도구가 되고 말았다.

 

학교운영위의 도입 당시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어 버린 이 현실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 외국의 선진적 제도를 받아들였어야 이 모양으로 탱자가 되어버리니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미디어충청, 교육통()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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