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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식

5. [성광진] 30년 요지부동 야간 억지공부 끝내야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5-02-25
  • 조회수 : 449

 

강제학습, 우리가 꿈꾸는 교육인가(3)

 

전교조 대전지부는 지난 2005년 교육청과 협의해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고3 학생은 밤10시까지, 1·2 학생은 밤 9시로 기존보다 1시간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를 고등학교에 공문으로 보내어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학교장에게 요청하기로 했다. 교육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온갖 방법으로 만들어낸 것이 겨우 1시간을 줄이는 협의안이었다. 또 당시 전교조는 정상 수업일에 사설모의고사를 보는 잘못된 행태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쳤다.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별 성과도 없는 사설모의고사를 없애는 데 대해 교육청과 일정하게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합의는 며칠 뒤 무용지물이 되었다.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실로 학부모들이 쳐들어온 것이다. 여름 장맛비가 몰아치는 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수백 명이 대전지부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했다. 그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들로 내 자식 책임질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부 흥분한 학부모들은 사무실까지 쳐들어와 대전지부 간부인 집행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기까지 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자율학습도 못하게 하고 사설모의고사도 못 보게 하니, 어떻게 수능을 보란 말이야!” “다른 지역 전교조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 왜 대전만 그래.”

 

이성적인 목소리는 없고 오로지 내 자식들 공부시키자는 데 전교조가 사사건건 반대하는 바람에 대전의 명문대 합격률이 떨어지게 생겼다며 소리를 높여댔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그러한 합의를 한 교육청을 공박하는 학부모는 없었다. 여하튼 전교조가 학부모들의 타격의 대상이 되어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없어졌던 사설모의고사도 슬그머니 치르는가 하며, 1시간 앞당겼던 자율학습도 원상태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야간자율학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나 학생, 학부모가 함께 이를 폐지하고자 하는 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폐지에 대한 간절한 염원에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일부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여기에는 1993년 도입된 수능이 학교 수업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시험체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창의력, 통합교과, 문제해결력을 측정한다면서 탈 교과서적 문제들이 출제되면서 난이도가 그 이전의 학력고사 때보다 전반적으로 높아졌던 것이다. 이런 입시 환경에서 자율학습을 폐지하자는 것은 교사 편의주의적 사고라는 학부모들의 거센 비판에 부딪쳐야 했다.

 

그러나 수능을 치른 지 20년이 넘었지만 학생들의 창의력이 이 시험 때문에 신장되었다는 결과 보고는 없다. 자율학습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체로 문제 풀이에 시간을 보낸다. 과연 이 획일적인 문제풀이식 학습 시간의 연장으로 기대할 것이 무엇인가? 특히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하루 13~15시간씩 학교에서 보내는 것은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학교의 환경이 다양한 학생들의 소질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인 것도 아니다. 삭막한 교실에서 문제집과 참고서를 부여잡고 억지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이 무엇보다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20118월 충북도의회와 충북참여연대가 학생 374, 학부모 197명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야간자율학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생 66%가 매우 불필요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학부모의 경우 58%가 매우 필요하거나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야간자율학습의 효과와 관련하여 학생들의 64%, 학부모 40%가 효과 없다고 답했다. 만족도에서 학생들은 81%가 불만족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억지로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로 인해 실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마저 공부하기가 어렵다는 학생들 자신의 지적도 많다.

 

최근 진보 교육감 지역을 중심으로 강제적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려는 정책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 경기 지역의 경우 학교에 독서대가 설치된 자율학습실을 만들어 놓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교육주체들이 비효율적인 강제 야간학습으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미디어 충청, 교육통()] 201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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