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교육 봉사 모임

칼럼 교육과 보육에 대한 단상
  • 작성자 : 초록마을
  • 등록일 : 2018-02-06
  • 조회수 : 372


어린이들을 가르치려는 사람은 많고

돌보거나 품어주려는 사람은 적은 나라


 


과거에 비해 학급당 학생 수가 줄었음에도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힘든 지역의 학군을 기피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교사의 인내심이 부족해져서? 체벌이 불가능해져서? 교권이 추락해서? 행정업무 때문에?


 


가장 큰 요인은 학생 수는 줄었으나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다.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자란다. 특히나 아이들에겐 자신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자기가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거에는 삶이 힘들었을지라도 사람간의 상호작용 속에 아이들을 돌보거나 품어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많은 형제와의 교류, 가정 내 주 양육자의 존재, 이웃이나 마을 공동체, 또래들과의 놀이시간까지... 그런데 사회 구조가 변했다. 가정과 이웃이나 마을 안의 보육 시스템에 빈 자리가 생겼는데 그 공간을 채울 사회적 여건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따뜻하고 신뢰로운 보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입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교사들은 더 이상 교육만해서는 학급을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많은 교사들이 난관을 헤치기 위해 상담 공부, 학생과의 관계 맺기, 학급 경영 공부, 인성교육 연구, 예술 교육 연구 등에 몰두하고 고민한다. 어떤 교사들은 보육과 교육을 둘 다 해야 하는 현실에 버거워한다. 실제로 학급 당 학생수가 20명이 넘어가는 교실에서 보육과 교육을 모두 아우르는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버거운 현실 속에서 교사의 행정업무까지 많은 지역 교육청에 소속된 교사들은 정년까지 아이들을 잘 돌보고 교육까지 할 자신이 없고 흔들린다.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은 더 버거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교실을 벗어나는 것이다. 전시행정이라도 열심히 해서 불안하고 무너진 내적 자존감을 다른 쪽으로 세우는 것이다. 또는 직업적 교사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거나 자신의 체력 한계에 맞춰 학생들을 대하는 것이다.



한편 학교 정규 교육 시간이 끝나도 가르치려는 사람은 많다. 사교육 시장, 방과후 학교. 아이들은 끊임없이 배우지만 그 사이에 과연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고 있을까. 어쩌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태권도 학원,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파티를 열고 맛있는 간식을 나누는 방과후 학교 강좌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보육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교육보다 사보육, 그보다는 가정에서의 보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가정에 저녁이 있는 사회 구조를 원한다.


 


지금의 문제는 보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보육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교육 전문가들에 비해 평가 절하되어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린이집 교사, 유치원 교사, 돌봄전담사, 지역 아동센터 등 보육 전문가들에 대한 처우가 초등 교사, 중등 교사에 비해 열악하다. 그렇기에 보육을 교육 개념에 통합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보육 전문가가 아이들의 요구와 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세심하게 대처하여 아이들이 충분한 사랑과 신뢰를 경험하며 정서의 안정감을 얻는 것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교육 전문가가 학생들을 추상화 된 기호의 세계 및 논리적 사고, 개념형성 및 의지력으로 안내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중요한 두 가지를 모두 해낼 수 있는 보육+교육 전문가의 비율이 몇이나 될까? 각각의 전문성과 가치를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때문에 보육 전문가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정서, 감정, 요구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세심하게 돌보아 주는 일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육 전문가 1인이 담당하는 아이 수 축소, 보육 전문가들의 물리적 경제적 처우 개선, 사회에서 보육 전문가들에게 보내는 신뢰, 보육 전문가들의 심리 및 건강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았으면 한다. 보육 교사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일반 교사 수준으로 높아지길 원한다. 보육을 공교육 내로 끌고 들어와 이도 저도 아닌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육 전문가와 교육 전문가의 협업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정서와 지적 역량이 함께 성장하도록 조화로운 제도를 만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