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가교 역할!
대전 교육을 선도하는 사람들 #2.
17년째 어린이 문학 교육의 진실함을 지키기 위해 연구하는 그들은 누구?
전문성, 체계성 그리고 협력이 있는 모임.
과시, 과장 그리고 상업적 공명심이 없는 모임.
어린이 도서 연구회 대전 교사 동화 모임을 취재하다.
대전 교사 동화 모임은 2001년, 중원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한다. 교사모임이라 하면 친목배구만이 만연했던 시절 학교에서 교육적으로 더 의미 있는 것을 해보자는 취지로 ‘어린이 문학 공부모임’이 시작되었다. 이 모임의 주축인 김영주 선생님은 어린이 문학을 수십 년 째 공부하신 어린이 문학 전문가이시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대전 교사 동화 모임을 17년째 운영하시며 모임 사람들과 문학의 진실함을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셨다.
국어 교과서 내에 작가명 표기, 온작품 싣기 운동의 시작, 교사들을 위한 작품의 출처 표기, 문학 교육에 해가 되는 독서 대회 폐지 등을 할 수 있던 전문성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는걸까?
2017. 9. 21. 목요일 6시, 탄방동에서 교사 동화 모임 월례회가 열렸다. 교사 동화 모임은 현재 9개의 소모임과, 9개의 소모임이 한 달에 한 번 한 자리에 모이는 월례회로 구성되는데 마침 월례회 날 취재를 할 수 있게 되어 여러 소모임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식사는 김밥과 떡볶이로 간단히 하고 강아지똥으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님의 신간 도서 이야기로 월례회가 시작되었다. 얼마나 대단한 모임인지 작가의 친필 사인도 특별히 받을 수 있다. 이 달의 주제는 ‘피터시스’라는 작가의 그림책이다. 각 소모임 별로 피터시스의 한 작품씩 분석해서 발제문을 써온 후 그 결과물을 공유한다.
그림책을 따로 공부할 것이 있나? 라는 생각은 산산히 부서진다. 장벽, 하늘을 나는 어린왕자, 생명의 나무, 세 가지 열쇠, 마들렌카 등의 작품 하나하나의 발제문이 굉장히 수준이 높다. 그림책 한 쪽 한 쪽에 담긴 의미와 작가의 의도, 사회적 시대적 맥락을 읽는다. 세계사, 인물사, 세계지리를 거쳐 예술과 종교, 주인공의 심리까지 해박한 분석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놀라운 점은 실제로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그 분석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적용한다는 점이다. 그림책에 대한 분석과 적용 사례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문학 교육의 내공이 쌓인다.
9개 모임의 발제가 모두 끝나고 그들의 전문성과 체계성, 협력에 대단함을 느꼈다. 또한 왜 이러한 전문성을 출판이라든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드러내지 않는 것인가 의아해서 대표 김영주 선생님을 인터뷰 했다.
Q: 대전에 이렇게 전문성 있는 문학 교육 모임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출판이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 전문성을 공유하지 않는 까닭이 있으십니까?
A: 저희 모임은 문학의 진실됨을 해하지 않기 위해 상업적 공명심을 경계합니다. 또한 외부 기관에서 무단으로 저희의 연구물을 가져가거나 귤이 탱자가 되듯이 저희의 연구물을 왜곡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렇기에 무단 도용을 당하거나 왜곡된 전파를 하느니 저희끼리라도 문학의 진실성을 지키기 위한 연구를 철저히 하자는 마음으로 모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Q: 그래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 내 문학 교육을 바꾸어 오셨을텐데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A: 우선 좋은 어린이 문학 작품들을 가려내어 도서바자회 시 양서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문학을 문학답지 못하게 하는 교육청 주관의 독서 골든벨, 4지선다 독서 퀴즈 대회, 정체불명의 이상한 독후감 대회 등을 없애는데 노력했습니다.
Q: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문학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문학 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어떤 것일까요?
A: 현재 우리나라 문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학을 어떠한 능력을 기르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문학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며 문학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문학 작품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서로 다름에의 인정’이 시작됩니다. 때문에 좋은 책을 읽어준다면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국어 교과서에서 각 분야의 갈래별 맛을 살리기엔 단원 간 호흡이 너무나 짧다는 점입니다. 몇 주간 설명문, 몇 주간 시와 동화, 몇 주간 논설문, 몇 주간 편지글 이런 식의 겉핥기식 지도는 학생들을 진실된 국어 사용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또한 국어 교과서 속에 좋은 문학 작품이 부족하므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거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좋은 문학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시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학교육에 깊이를 더하고 싶으신 분은 시중의 개인의 실천적 사례집보다 문학 연구 및 논문을 읽으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번 취재는 본인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서 바른 방향으로 교육을 실현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 게다가 그 단체가 진실성을 지키기 위해 상업적 공명심을 경계하는 점, 이들이 말하는 전문성에 비해 너무나 형식적이고 이론적 깊이가 부족한 대전시교육청의 전문성에 대한 성찰까지...
대전 교육의 발전을 꿈꾸는 대전교육연구소로서 누구보다 대전 교사 동화 모임의 성장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대전교육연구소는 과중한 업무나 전시행정으로 교사들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근무 외 시간에 따로 시간을 투자하여 연구해야하는 현실 개선, 대전 교사 동화 모임 인적 자원을 활용한 양질의 연수 기회 제공 등 대전 교사 동화 모임과 함께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현재 대전 교사 동화 모임의 전국단위 모임 #(사)어린이도서연구회는 교사 모임 뿐 아니라 동화 읽는 어른 모임도 진행한다. 어린이 문학 수호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